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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독서는 덤, 그림·요리 강습까지… “도서관으로 마실 나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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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3-14 06:00:00 수정 : 2015-03-14 10:4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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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요구 맞춰 다양한 운영
제주선 中관광객 겨냥 교육도
“난 책에서 봤던 귀신고래를 그릴 거야.” “나는 목이 긴 공룡을 그릴 거야. 멋지겠지?” 13일 오후 울산 천곡동 쌍용아진4차아파트 관리사무소 건물 지하에서 초등학생 6명이 재잘거리며 한 이야기들이다. 이들은 하얀 스케치북 위에 크레파스로 알록달록한 선을 그려나갔다. 연필과 지우개를 들고 참새와 강아지를 크로키 하는 아이들도 있다. 다른 쪽에서는 엄마들이 손바늘질로 인형극에 쓰일 인형을 손보고 있다.


이 같은 모습을 전해 듣는다면 동네의 소규모 미술학원으로 오해받을 법도 한 이곳은 ‘책가방 작은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은 새로운 트렌드를 보이는 요즘 동네도서관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곳에서는 책을 읽을 뿐 아니라 그림, 요리, 외국어, 연극, 인문학 등 다양한 것을 배울 수 있다. 이들 도서관은 동네 주민들의 요구에 맞는 프로그램 운영으로 인기가 높다. 도서관이 ‘문화사랑방’으로 불리는 이유다.

책가방작은도서관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육성하는 ‘작은 도서관’ 중 하나다. 건물 면적은 135.5㎡이다. 애초 2001년 7월 ‘쌍용아진4차문화공간’으로 그 시작을 알렸다. 변변한 문화시설이 없던 천곡동에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편안하게 쉬면서 책 볼 공간을 만들자는 주민들의 뜻으로 시작됐다. 그러다가 2011년 북구의 지원을 받아 리모델링해 책가방도서관으로 이름을 바꿔 재개관했다. 수업을 마친 뒤 책가방을 맨 채 가장 먼저 달려갈 정도로 즐겁고 편안한 공간이 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7400여권의 책을 볼 수 있는 열람실과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책가방꿈터, 다문화학습관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미술과 역사논술, 한자, 플루트를 배운다. 엄마들은 리본공예, 퀼트, 북아트, 냅킨아트 등을 배운다. 케이크에서 피자, 쿠키 등을 만드는 요리와 요가 수업도 마련돼 있다. 때로는 친구네 엄마가, 이따금은 동네 언니·오빠가 선생님이 된다. 6명의 엄마로 구성된 동아리 ‘줌마극단’이 보여주는 동화구연과 인형극은 인기다. 지난해 11월 독서의 달에 진행한 인형극에는 120명이 찾아 도서관을 가득 메웠다.

이 같은 프로그램 덕분에 지난해에만 1만800여명이 도서관을 이용했다. 하태연 책가방도서관 운영실장은 “주민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누구나 쉽게 들어오는 공간이 됐다”며 “단순히 책을 빌려가는 곳이 아닌 네트워크를 만드는 복합문화공간의 기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도서관은 전국에 수두룩하다. 인천 부평구 산곡3동 주민들과 부평여성회가 만든 ‘청개구리 어린이도서관’도 이 가운데 하나다. 2003년 개관한 이 도서관은 ‘지역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을 모토로 한다. 가족들과 함께 지역 내 산을 찾는 ‘생태교실’과 도서관에서 1박2일을 보내는 ‘청개구리도서관 열린학교’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지난해엔 세계 각국의 향신료와 음식을 주제로 이탈리아·터키·멕시코·베트남 요리를 만들고 관련 책도 읽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아이들 스스로 생각과 느낌을 그대로 표현하고 정직한 글쓰기를 배우는 ‘살아있는 글쓰기교실’은 도서관이 자랑하는 프로그램이다.

동네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울산시 천곡동 ‘책가방작은도서관’의 요리 프로그램 ‘쿠키클레이’ 진행 모습. 어르신들이 이웃의 도움을 받아 정성스럽게 쿠키를 만들고 있다.
책가방작은도서관 제공
2주마다 한 번씩 금요일에 도서관이 직접 주민을 찾아가 책을 빌려주는 ‘책수레’와 주민들과 상인이 함께하는 ‘화랑북로 골목축제’는 마을공동체의 문화기능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역 특성을 담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도서관도 있다. 대구시 중구 이천동 ‘꿈나무영어도서관’이 그런 곳이다. 이천동에는 주한 미군기지 캠프 헨리가 있다. 이곳엔 영어 관련 프로그램이 많다. 학교장의 추천을 받은 중고생들이 방학에 멘토가 되어 유·아동들에게 영어책을 읽어주는 ‘리딩버디’는 ‘꿈나무’들만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이다. 성 패트릭의 날과 부활절, 핼러윈, 추수감사절에는 특별문화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외국의 명절과 유래, 문화에 대해 알아보고 관련 책을 읽어보는 내용이다. 유아부터 성인까지 대상으로 하는 영어교육 프로그램과 캠프워커 도서관 방문, 영어 골목투어 등도 운영된다.

경남 ‘김해글로벗도서관’은 늘어나는 결혼이민자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하도록 돕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베트남·중국·일본 등 16개국 언어로 된 6200여권의 책을 갖추고 있다. 경남지역 외국인 근로자와 결혼이민자 2만여명이 이용한다. 전문강사에게서 수업을 듣는 결혼이민자 문학동아리 ‘나도 꽃’과 외국인근로자 문학동아리 ‘꿈꾸는 시간’ 등은 인기 프로그램이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일출도서관’은 지난달부터 주민들을 대상으로 ‘중국어 심화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자 주민들이 요청해 만들어졌다. 성산일출봉은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꼭 방문하는 곳이다. 수강생은 35명. 수업은 도서관 운영시간(오전 9시∼오후 6시)이 끝난 오후 7시30분부터 시작된다. 대부분의 수강생이 음식·숙박업 등 관광업 관련 종사자인 것을 배려해서다. 서귀포시 도서관운영사무소 관계자는 “지역주민이 중국어를 배우려하는 열정과 의지가 커 하반기에도 중국어 교육과정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울산=이보람 기자, 전국종합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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