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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 도도한 흐름… 다뉴브의 역사와 삶

입력 : 2015-03-14 01:05:08 수정 : 2015-03-14 01: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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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슈바르츠발트에서 발원, 오스트리아·헝가리·불가리아 등
10개 나라 걸친 강줄기 따라 작가 특유의 사색과 통찰 담아
클라우디오 마그리스 지음/이승수 옮김/문학동네/3만원
다뉴브 - 클라우디오 마그리스 선집 1 /클라우디오 마그리스 지음/이승수 옮김/문학동네/3만원


중부 유럽 3000여㎞를 가로지르는 다뉴브강. 엄청난 길이만큼이나 유장한 역사를 간직한 거대한 물줄기로 이름이 높다. 문학동네에서 낸 신간 ‘다뉴브’는 강 유역 역사·인문·지리를 아우르는 에세이다. 유럽 기행문학을 한 단계 끌어올린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저자 클라우디오 마그리스(76)는 2000년부터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이름이 오를 만큼 천재적 문장력과 문학적 통찰력을 갖춘 노작가다. 옛 소련이 망하기 직전인 1986년 책을 썼지만 지금 쓴 것처럼 간결하면서도 현실감이 충만하다.

마그리스의 고향인 이탈리아 북부 트리에스테는 국경 도시다. 고대 로마의 식민도시였다. 14세기 오스트리아 지배 하에 있다가 1차대전 후 이탈리아에 병합되기까지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는 “이탈리아인, 슬라브인, 크로아티아인, 오스트리아인, 아르메니아인, 그리스인, 유대인을 아우르는 경계의 도시에서 태어났기에 나는 경계의 작가가 되었다”고 고백했다. 마그리스의 출신 배경은 다양한 문학적 자양분이 되고도 남는다. ‘다뉴브’는 저자 이력에서 미뤄볼 수 있듯이 엎치락뒤치락했던 중유럽 역사와 삶을 복원한다.

이 책이 나올 당시만 해도 동유럽은 막바지로 치닫는 옛 소련의 압제 아래 있었다. 마그리스는 새로운 유럽을 예견하면서 이 책을 썼다. 그가 “여러 민족정신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일 것이다.

다뉴브강은 오스트리아, 독일, 헝가리, 루마니아 등 10개국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물줄기다.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를 안고 흐르는 다뉴브강변의 의회의사당.
세계일보 자료사진
책에는 독일 슈바르츠발트에서 발원해 오스트리아, 옛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 옛 유고연방, 불가리아, 루마니아까지 이어지는 다뉴브강 물줄기를 따라가면서 형성된 작가 특유의 사색이 집약돼 있다.

저자는 다뉴브강에 대해 “순수혈통을 고수하는 전설의 지킴이 라인강과 달리 다뉴브강은 여러 민족이 서로 만나고 교차하고 섞이는 기나긴 강”이라고 풀이한다. 다민족을 경험한 작가만의 정서가 그대로 묻어난다.

“모든 민족에게는 자신의 때가 있는 법이고 절대적으로 더 우월하다거나 열등한 문화는 없다. 다만 민족들이 각기 다른 시기에 번영하고 쇠퇴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체험해 확실하게 배우지 않는 한 우리는 진정으로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

책에는 보르헤스, 호프만, 입센, 카프카, 무질, 릴케 등에 관한 뛰어난 비평이 실려 있다. 하이데거, 카프카, 카네티, 슘페터, 프로이트, 비트겐슈타인, 하이든 등 현대인이 알 만한 작가, 지식인, 예술가의 이력들을 촘촘히 소개하면서 그들 발자취도 되짚어간다. 로마제국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부터 합스부르크가의 루돌프, 요제프 1세, 마리아 테레지아, 티토, 스탈린 등의 독재자들 또한 등장한다.

저자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웅변한다. “피와 투쟁의 유럽, 약육강식의 유럽이 아니라 하나의 유럽, 유럽연합이 진정으로 거듭나길 소망하고 있다. 갓 솟아난 다뉴브 강의 이 젊고 가는 물줄기를 보면서 자문했다. 강을 따라 삼각주까지 가다보면 다양한 사람들과 민족 속에서 피비린내 나는 전장을 보게 될까, 아니면 언어와 문화의 다양성 속에서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하나된 인류의 합창을 듣게 될까.”

저자는 이 저서로 1990년 프랑스 최고외국인에세이상을 비롯한 90년대 초반 유럽 문학상들을 휩쓸었다.

기자와 통화한 문학동네 편집자는 “2008년부터 이 책 출간작업을 했다”면서 “어찌나 인명과 지명, 역사 이야기가 많이 나오던지 정리하고 교정하는 데 7년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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