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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도 쉽고 재밌어야 대중화 가능

입력 : 2015-03-12 21:38:01 수정 : 2015-03-12 21: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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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퓨전국악 연주가 민영치
“국악도 해외에 나가면 월드뮤직입니다. 세계인이 좋아하는 월드뮤직이 되려면 쉬워야 하고 지루하지 않아야 합니다. 프로들도 인정하는 음악이 돼야 하지요.” 민영치(44)씨는 국악의 대중화·세계화를 위해 ‘퓨전국악’을 고집하는 재일교포 국악연주가다. 그는 언론과 인터뷰할 때마다 이렇게 말한다. 국악을 시대에 뒤진 낡은 음악이 아니라 현시대와 공감할 수 있고 세계인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음악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그러려면 국악인 스스로 다른 장르 음악과 접목을 시도하는 등 끊임없이 연구·공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재일교포 국악연주가 민영치씨는 국악과 현대음악이 어우러진 ‘퓨전국악’으로 국악의 한류상품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국립국악원 제공
민씨는 요즘 일본 도쿄와 오사카, 서울을 오가며 ‘신한악(新韓樂)’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그가 이름 붙인 신한악은 우리 고유의 민족 정서를 공유하며 전통 국악과 재즈 등 다른 장르 음악이 융합된 형태의 음악으로, 이른바 ‘월드뮤직’을 지향한다. 그래서 그가 서는 무대에는 늘 휘모리·자진모리 등 다양한 국악 장단과 블루스·스윙·펑키 등의 리듬이 어울리는 앙상블이 펼쳐진다.

민씨를 최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만났다. 그가 주장하는 국악의 세계화·대중화가 뭔지를 듣고 싶어서다. 그는 인터뷰 내내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음악은 쉽고 짧아야 해요. TV에서도 5분을 넘는 경우가 없습니다. 국악에도 수제천이나 시나위 등 멋있는 음악이 있어요. 우리는 국악을 배웠기 때문에 알지만 잘 모르는 젊은 친구들에게는 국악이 어려워 귀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잘 들리지 않는 음악은 소음에 지나지 않습니다. 간략하게 잘라서 좋고 멋있는 부분으로 관객에게 어필해야 합니다.”

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악계 대선배들로부터 “국악인이 국악을 해야지 왜 가요나 팝이랑 마구 섞어 이상한 음악을 만드느냐”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의 활동을 눈여겨본 뒤에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오히려 격려와 응원의 덕담을 해준다.

민씨는 국악의 한류 가능성을 자신한다. “일본에서 활동할 때 국악을 모르는 이들 앞에서 국악을 연주하고 작곡했어요. 그래서 국악을 잘 모르는 사람도 즐길 수 있는 국악이 무언지 알게 됐습니다. 그 결과 이제 일본에서 저의 음악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그의 말대로 최근 도쿄 공연을 다녀온 데 이어 올해 오사카, 나고야, 교토 공연이 예정돼 있다. 내년에는 일본 18개 도시 공연 일정이 잡혀 있다.

오사카에서 태어난 그는 10세 때 한국 전통음악을 시작했다. 중학교 때인 1985년 오사카에서 재일교포 무용단원으로 활동하며 장고를 담당했다. 당시 무용단 예술감독이던 국악작곡가 김영동 선생이 그의 가능성을 보고 한국 유학을 권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후 지인을 통해 구한 김덕수 사물놀이패 음반에서 흘러나오는 대금소리에 매료돼 유학을 실행했다. 국립국악고를 거쳐 서울대 국악과를 나온 민씨는 1991년 세계사물놀이 경연대회에서 장고 연주로 금상을 받았고, 1992년 동아콩쿠르에서 대금으로 입상하면서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국악실내악단 ‘슬기둥’과 타악그룹 ‘푸리’ 등에서 신선한 타악연주로 전통국악에 새 바람을 몰고 왔다. 이후 패닉, 넥스트, 남궁연 등의 앨범 제작에 참여했고 김덕수, 정명훈, 양방언 등 유명 아티스트들과도 협연했다.

민씨가 지난 6일 오랜만에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금요공감‘ 무대에 섰다. 이날 오랜 지기인 재일교포 재즈피아니스트 하쿠에이 김과 공동작곡한 ‘Ethnoism’ ‘another East’, ‘The Endless’ 등 전통음악과 재즈가 융합된 새로운 형태의 음악을 관객에게 들려줬다. 특히 그가 혼신을 다한 장고 퍼포먼스는 관객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20∼30대 관객들이 많이 찾은 이 무대는 “국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민씨의 공연은 많은 이들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아직 그의 이름이나 그가 하는 퓨전국악이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국내에서는 공연 일정이 많지 않다. “제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아 국내 스케줄이 많지 않아요. 인터뷰 기사가 나가서 새로운 국악의 세계를 소개할 수 있는 공연 요청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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