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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사람] 국궁 체험상품 개발한 ‘부리다’ 김정 대표

"국궁, 문턱 낮추고 재미 더했더니 레포츠가 됐어요"
김 대표가 서울 마포구 난지한강공원 난지국궁장에서 국궁 시범을 보이고 있다.
국궁(國弓)은 활을 쏘아 표적을 맞춰 승부를 겨루는 우리의 전통 무예다. 조선시대에 무인들은 물론 문인들도 연마했던 궁술은 혼자서도 수련할 수 있으며, 건강 증진과 정신수양에 더없이 좋은 스포츠로 여겨졌다. 한민족은 오래전부터 활과 가까웠고, 활을 잘 다뤘다. 조선시대 실학자 이수광이 저서 ‘지봉유설(芝峰類說)’에 ‘조선의 편전(片箭·작고 짧은 화살)과 중국의 창법, 일본의 조총은 천하의 제일이라, 일인이 칭도했다’고 기록했을 정도다. 중국인들이 우리 선조인 예맥족을 ‘활 잘 쏘는 동쪽 민족’이라는 뜻의 ‘동이(東夷)’라고 불렀다는 사실도 익히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궁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설 자리를 잃으며 침체일로를 걸었고, 간신히 명맥만 유지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국궁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체험상품으로 발전시킨 ‘부리다’(www.burida.co.kr)는 관광업계는 물론 전통문화 분야에서도 주목하는 업체다. ‘부리다’는 활을 편하게 풀어놓은 상태인 ‘부린 활’에서 따온 말로, 상대어는 ‘얹은 활’이다. 부리다는 늘 긴장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풀어놓은 활처럼 여유를 갖고 ‘나’를 채우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정(33) 대표는 국궁이 재미와 건강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레포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2013년 7월 부리다를 창업했다. 현재 법학대학원에 재학 중인 그는 2000년대 후반 대학 재학 시절 남산에서 산책을 하다 처음 국궁을 접했다. 우리 전통 스포츠의 매력에 빠진 그는 국궁장에서 만난 비슷한 또래의 동료 세 명과 의기투합해 창업을 결심했다. 김 대표는 “석호정에서 활 쏘는 사람들의 모습에 반해 국궁을 배우기 시작했다”며 “많은 이들이 국궁을 경험하고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현재 부리다는 서울 마포 난지한강공원 난지 국궁장에 둥지를 틀고 있다. 가양대교 바로 아래 자리한 난지국궁장을 위탁운영하며 이곳에 체험장을 마련했다.

김 대표가 부리다를 창업하며 가장 중점을 둔 대목은 일반인들이 쉽고 재밌게 국궁을 배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원래 ‘배우기 어려운 무예’였던 국궁을 부리다는 ‘재미있는 게임’으로 변화시켰다. 기존 국궁은 전통과 격식을 지나치게 강조해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가 없었다. 일본의 규도(弓道)가 개방적이고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갖추고 해외에서도 활발히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것과 달리 우리 국궁은 대중화의 노력이 거의 없었다. 국궁은 특히 과녁거리가 145m에 달해, 성인도 활시위를 제대로 당기는 데만 한두 달 교육을 받아야 했다. 이에 김 대표는 5∼20m의 근거리 체험코스를 만들어 초보자도 쉽게 국궁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탄력이 그다지 강하지 않아 초보자도 쉽게 당길 수 있는 활을 준비하고, 과녁도 다양한 크기와 문양으로 만들었다. 지속적으로 찾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간 랭킹제도를 도입하고 누적점수 최고 득점자를 선발하는 등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게임의 요소를 가미했다. 

문턱을 낮추고 재미를 더하니, 국궁장을 찾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우연히 들렀다 가족을 데리고 다시 찾는 사람이 생겨났고, 기업체에서 전 직원들을 상대로 국궁 체험행사를 마련하기도 했다. 사업이 본궤도에 진입하기 시작한 것은 한국관광공사의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에서 수상하면서부터다. 상금과 사업화 자금 등을 포함해 모두 4100만원을 지원받았고, 회사 운영과 영업방법 등에 대해서도 조언을 받을 수 있었다.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니 처음에는 한 달 40여명에 불과하던 방문객이 600∼700명까지 늘어났고, 지난해에만 8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부리다를 찾았다. 외국인 관광객 비율도 15% 정도에 달한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 난지 국궁장이 각종 행정규제를 받는 한강공원 안에 있다 보니 건물 한 채도 마음대로 지을 수가 없고, 국궁장으로 바로 들어올 수 있는 진입로를 내기도 어렵다. 서울시 소유인 국궁장 이용료도 10년 전 가격인 2000원(화살 10발)에 묶여 있다.

전통무예인 국궁을 체험상품으로 개발한 ‘부리다’의 김정 대표는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하고 게임의 요소를 도입하자 국궁에 재미를 붙인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다”며 “전국 300여개의 국궁장은 훌륭한 관광상품도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다양한 수익모델을 찾는 것이다. 김 대표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게스트 하우스나 한옥 민박과 연계한 상품을 개발하고, 여행사와의 업무 협약도 추진하고 있다. 붓글씨나 국악, 다례 등의 선비문화나 다른 전통무예와 연계한 프로그램도 검토하고 있다.

그의 궁극적인 꿈은 국궁 대중화다. 현재 서울 6곳을 비롯해 전국에 300곳이 넘는 국궁장이 설치돼 있는 만큼, 부리다가 운영 프로그램만 제공해도 체험상품으로서 국궁의 인기는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그는 자신한다. 골프처럼 너른 야외에서 여러 코스를 돌며 승부를 가리는 ‘필드 아처리(Field Archery)’를 즐길 날도 멀지 않았다는 게 그의 기대다. 김 대표는 “전국 지자체가 이미 만들어 놓은 300여개의 국궁장만 제대로 활용해도 훌륭한 관광자원과 체험학습장이 될 수 있다”며 “국궁뿐만 아니라 다양한 우리 전통문화를 더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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