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넘쳐나는 글로벌 유동성, 독 될까 득 될까

입력 : 2015-02-01 21:58:08 수정 : 2015-02-02 00:30:5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ECB 양적완화·日 돈풀기 맞서 각국 중앙은행 앞다퉈 금리인하
해외자본 국내 유입 가능성 커져
최근 증시를 바라보는 시선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러시아 경제 위기 우려,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 등 불안감이 가득하던 1월과 달리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하고 미국이 초저금리 유지 기조를 확인함에 따라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는 것이다. 일단 일본, 유럽 등의 ‘돈 풀기’에 각국 중앙은행이 환율 대응을 위해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있다. 해외 자본의 국내 증시 유입 가능성이 커지는 배경이다. 그러나 치열해진 환율 전쟁이 오히려 금융 변동성만 키워 증시에 훈풍이 아니라 역풍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양적완화에 따른 유동성 증가 기대감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과 자산유동화증권(ABS) 매입으로 경기부양에 힘을 쏟았던 ECB가 지난달 22일 양적완화를 선언했다. 3월부터 국채 매입 등을 통해 매월 600억유로(약 73조원)씩, 내년 9월까지 총 1조1400억유로(약 1383조원)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세계의 눈이 집중됐던 미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역시 지난달 28일 기준금리 인상에서 “인내심을 가질 것”이라는 표현으로 당분간 초저금리를 유지할 뜻을 밝혔다. ‘자금의 블랙홀’이 될 수 있는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최소한 6월 이후로 늦춰진 것이란 분석이 많다.

ECB의 양적완화에 힘입어 세계 금융시장 유동성이 미국 양적완화 시기보다 오히려 더 가파르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미국, 유럽, 일본, 영국 주요 4개국 중앙은행 자산 규모 총합은 10조2842억달러(약 1경1119조원). 그러나 계속되는 돈 풀기로 이 규모는 연말 11조7239억달러로 14%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연준의 3차 양적완화 기간(11.9%)보다 증가 폭이 더 크다.

ECB 결정을 전후해 서둘러 금리 인하에 나서는 국가들도 나왔다. 스위스가 이미 마이너스인 금리를 -0.75%까지 떨어뜨린 것을 비롯해 덴마크, 캐나다, 터키 등도 금리를 내렸다. 경기부양과 함께 자국 통화의 급격한 절상을 막아 수출 등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한 ‘환율전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싱가포르 중앙은행(싱가포르 통화청) 역시 지난달 28일 자국통화 절상 속도를 늦추는 정책을 발표했다.

김승현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1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매파적인 정책기조를 확인한 이후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많이 약해졌지만 최근 다른 국가 중앙은행의 정책에 따라 한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졌다”며 “충분한 시간이 없기 때문에 금리 인하를 선택한다면 그 시점이 2월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집 나간 외국인’ 돌아올까

유럽발 글로벌 유동성 확대가 국내 증시에 어떻게 작용할지를 놓고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지난달에 1조원이 넘게 국내 주식을 순매도한 외국인이 ‘귀환’할지도 확신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돈이 풀리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완화하고 국내 증시로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이미 일본 아베 정부의 양적완화 정책 이후 국내 증시에는 유동성과 엔저를 바탕으로 일본 자금이 유입된 바 있다.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일본계 자금은 9개월 연속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다. 지난 12월 외국인이 총 1조9320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하는 동안에도 일본계 자금은 188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 9월에는 사상 최대로 9조9952억원어치를 사들이기도 했다.

NH투자증권의 강현철 연구원은 “글로벌 위험지표가 꺾이고 있고, 금융시장 최대 아킬레스건인 미국발 출구전략이 상반기에 시행될 가능성이 작아졌다”며 “ECB의 대규모 양적완화 순풍이 외국인 매수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2월부터는 대형주의 상대적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반면 실제적인 시장 효과 없이 각국의 ‘환율전쟁’으로 금융 시장 변동성이 커져 불안감이 지속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IBK투자증권의 서동필, 김경훈 연구원은 “유럽의 금리와 환율이 금융위기나 재정위기 때보다도 더 낮다는 것은 유럽의 상황이 절대·상대적으로 모두 나쁘다는 의미”라며 “미국이 4년 넘게 푼 자금의 결실이 지난해부터 나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ECB의 양적완화에 따른 효과도 최소한 2∼3분기가 지나야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ECB의 양적완화 정책은 유동성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사안이지만 현재 양적완화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기대감뿐”이라며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