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복면의 괴한이 왼손에 흉기를 든 채 고토로 추정되는 오렌지색 죄수복 차림의 남성을 무릎 꿇리고 카메라를 향해 참수를 예고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날 아침 관계 각료회의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잇달아 열어 대응책을 논의하고 “국제사회가 테러와 싸우는 데 일본의 책임을 의연히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상은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등을 위해 해외에 파견된 자위대에 IS의 테러 대상이 되지 않도록 단독외출 금지 등 안전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일본 외무성도 해외 자국민에게 테러 등에 말려들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촉구하는 ‘도항(渡航) 정보’를 냈다.
아베 정부가 해외 자국민 구출을 위한 자위대의 활동 범위 확대 등을 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올봄 정기국회에서 집단자위권 행사와 관련한 안보법제 정비와 함께 자위대 해외활동 문제를 공론화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달 29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자위대가 갖고 있는 능력을 살려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아베 내각과 집권 자민당은 국제사회의 공헌을 증대하는 ‘적극적 평화주의’를 내세우며 지난해 집단자위권 행사 용인을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했다.
인질 구출에 실패한 아베 정권을 비판하는 여론도 일고 있다. 호헌파 시민단체 회원 등 약 200명(주최 측 발표)은 1일 오후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총리 관저 앞에서 ‘애도와 항의의 침묵 행동’이라 명명한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나는 겐지다’와 같은 플래카드를 든 채 조용히 시위를 벌였으며 아베 총리를 비판하는 메시지도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일본 저널리스트 고토 겐지를 참수한 듯한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오자 고토의 어머니 이시도 준코가 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국제사회는 IS를 일제히 규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성명에서 “일본 국민과 함께 IS의 야만적이고 악랄한 행동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연합전선은 IS의 주요 거점에 대한 공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작전을 주도하는 미국 통합합동기동부대(CJTF)는 지난달 31일 이라크와 시리아를 각각 26, 8차례 공습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공습은 이라크 북부 최대 유전지대인 키르쿠크와 최근 시리아 쿠르드족민병대(YPG)가 IS를 격퇴한 시리아 코바니 인근에 집중됐다.
도쿄=김용출 특파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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