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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 선율 따라… 다시 부르는 청춘의 노래

입력 : 2015-01-28 20:59:17 수정 : 2015-01-28 21: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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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 열풍 잇는 영화 ‘쎄시봉’
곰삭은 묵은지 맛을 내며 복고열풍에 방점을 찍는 영화 ‘쎄시봉’은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중장년들을 위한 헌사로, 잠시 일상에서 빠져나와 내가 어디쯤 서 있는지 성찰하게 만든다.
김현석 감독의 새영화 ‘쎄시봉’은 ‘국제시장’ ‘허삼관’ ‘강남1970’ 등 지난 연말부터 이어진 극장가의 복고열풍에 방점을 찍는다. 이들 영화를 모두 챙겨 본 관객이라면 곰삭은 묵은지의 맛에 푹 빠지듯 그때 그 시절로 떠난 추억여행에서 한동안 헤어나지 못할 듯싶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문을 나설 때면 저마다 각각 60년대, 70년대, 80년대의 그날 그 자리로 돌아갈 것만 같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중장년들’을 위한 헌사다. 잠시 일상에서 빠져나와 지나온 날들을 되돌아보면서 내가 어디쯤 서 있는지 성찰하게 만드는 영화다.

한국 음악계에 포크 열풍을 일으킨 조영남, 이장희, 윤형주, 송창식 등을 배출한 무교동 음악감상실 ‘쎄시봉’을 배경으로, 영화는 전설의 듀엣 ‘트윈폴리오’의 탄생 비화와 그들의 뮤즈를 둘러싼 애틋한 러브스토리를 담아낸다. ‘시라노; 연애조작단’ ‘광식이 동생 광태’ 등의 작품을 통해 수많은 관객들에게 아련한 첫사랑을 떠올리게 한 ‘스크린의 로맨티스트’ 김현석 감독은 특유의 아날로그 첫사랑으로 또 한번 관객들의 감성을 충전시킨다.

스무 살 무렵의 어설프지만 풋풋하고 가슴 아팠던 사랑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고,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을 것이다. 젊음의 거리 무교동 최고의 핫플레이스였던 ‘쎄시봉’에서 ‘마성의 미성’ 윤형주(강하늘)와 ‘타고난 음악천재’ 송창식(조복래)이 평생의 라이벌로 처음 만난다. ‘쎄시봉’ 사장(권해효)은 이들의 가수 데뷔를 위해 트리오 팀 구성을 제안하고, 자칭 ‘쎄시봉’의 전속 프로듀서 이장희(진구·장현성)는 우연히 오근태(정우·김윤석)의 중저음 목소리를 듣고 그가 두 사람의 빈틈을 채워줄 ‘숨은 원석’임을 직감한다. 기타 코드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는 ‘통영촌놈’ 오근태는 이장희의 꼬임에 얼떨결에 ‘트리오 쎄시봉’의 멤버로 합류하게 되고 그 시절, 모든 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쎄시봉’의 뮤즈 민자영(한효주·김희애)에게 첫눈에 반해 평생 그녀를 위한 노래를 부르기로 결심한다.

실존인물과 그들의 음악에 얽힌 실제 사연, 여기에 오근태와 민자영이라는 가상의 인물들이 벌이는 가슴 시린 첫사랑이 더해져 보는 재미와 듣는 즐거움, 애틋한 감성까지 두루 갖춘 오감만족 영화가 만들어졌다. 장현성과 진구, 강하늘, 조복래, 김인권 등 실력파 배우들이 선보인, 실제 인물과 꼭 닮은 싱크로율은 이 영화의 강점이다. 특히 연극무대에서 끼를 다져온 조복래는 송창식의 눈 뜨는 모습까지 그대로 재현해내며 객석의 몰입을 유도한다. 김윤석과 정우, 김희애와 한효주 등 등장인물의 40대와 20대를 나누어 연기한 2인 1역 캐스팅도 돋보인다. 40대 이후의 오근태 역을 맡은 김윤석은 갑자기 사라진 오근태의 인생 변화에 대한 궁금증을 능숙하게 풀어나간다. 한효주는 쟁쟁한 남자 배우들 속에서도 기죽지 않는 아우라를 발산하며 ‘쎄시봉’ 모든 멤버들이 사랑하는 뮤즈이자 첫사랑의 아이콘인 민자영의 매력을 스크린 가득 풀어놓는다. 

‘트윈폴리오’의 ‘하얀손수건’부터 송창식의 구수한 목소리가 일품인 ‘담배가게 아가씨’, 민자영을 향한 오근태의 애절한 마음을 담은 ‘웨딩케이크’, 당시 최고 인기가수였던 조영남의 데뷔곡 ‘딜라일라’, 영화 ‘별들의 고향’ 주제가로 인기몰이한 이장희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등 대한민국 포크음악의 간판급 노래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마치 주인공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영화의 장면들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배우들이 실제로 노래하고 연주하기 위해 고되고 힘든 3개월간의 맹연습을 이겨냈다. 실제 가수들의 창법과 느낌, 스타일을 재현해냈고, 관객들은 ‘그렇게 많은 곡이 등장했나’ 싶을 만큼, 애틋한 러브스토리에 녹아 있는 풍족한 노래들의 ‘감성’을 누려볼 수 있다. 

‘쎄시봉’ 원년멤버들의 사연과 명곡 탄생 비화 등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엮었지만, 그 시절의 재현에 힘쓰기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는 엔딩 대사처럼 40년 전 청춘들의 모습이나 지금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모습이 그다지 다를 게 없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드러낸다. 

중년 관객이라면, 영화를 보고 난 뒤 며칠 동안 주요 테마곡 ‘웨딩 케이크’와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를 흥얼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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