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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퇴 ‘좁은 문’… 예산 모자라 재수·삼수는 예사

입력 : 2015-01-25 19:08:30 수정 : 2015-01-26 01:4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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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연금개혁안 제출전 내자” 전국적으로 2배 이상씩 껑충
무상복지 느는데 세입은 줄어… 시·도교육청 재원 마련 비상
기간제로 복귀 가능해 일단 신청… 교직사회 모럴해저드 비판 일어
초·중·고 교원들의 올 상반기 명예퇴직 신청자가 전년 대비 최대 3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시도교육청들은 명퇴 수당 지급을 위한 재정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각 시도교육청 별 재정상황이 달라 수용율도 들쭉날쭉이라 형평성 논란과 함께 곳곳에서 아우성이 터져나오고 있다.

명퇴 신청자는 각 시도교육청이 감당할 수 없이 폭증했지만 누리과정 등 복지예산 증가 등으로 재정이 어려워 명퇴 수용률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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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2562억원 예산을 명퇴 관련 예산으로 잡고 최대한 수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상반기 수용은 1620명으로 결정돼 수용율은 43.4%에 불과하다. 전년도 같은 기간 수용률 29.6%에 비하면 크게 높아진 수치지만 당초 최대 수용 방침에 따른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서울시교육청은 1620명의 명퇴 수당을 지급하기 위해 올해 예산 2562억원 중 80.4%에 해당하는 2060억원을 집행했다. 오는 8월 하반기 명퇴 신청도 받아야 하지만 남은 예산은 502억원에 불과하다.

대전시교육청도 지난해 상·하반기에 331명이 명퇴를 신청했으나 예산 부족으로 수용인원은 32%인 108명에 그쳤다.

교원 명퇴 예산 확보와 관련, 울산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복지 관련 예산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교부금 등 세입이 줄어 명퇴 교원을 위한 재원 확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교원들 사이에서는 “교원 명퇴는 재수, 삼수가 예사”, “명퇴 바늘구멍”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명퇴 이후 다시 기간제 교사로 복귀할 수 있어 일단 명퇴신청을 해놓고 보자는 교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많지는 않지만 명퇴금으로 목돈을 챙기고 기간제 교사로 다시 교단에 서 계속 교직을 이어가겠다는 계산을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교직사회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비판이 일고 있다.

실제로 울산시교육청의 경우 현재 지역 기간제교사인력풀 시스템에는 모두 2021명이 등록돼 있는데, 이 중 명퇴를 포함한 퇴직 교사 출신이 72명(3.6%)에 달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명퇴가 확정돼 학교를 떠난 134명의 교사 중 16.4%에 달하는 22명이 기간제로 복귀했다. 퇴직금에 명예퇴직 수당까지 받고 학교를 그만둔 뒤 기간제 교사로 재취업한 것이다.

기간제 교사로 재취업하면 명퇴 시 일시불로 받는 퇴직금과 명퇴수당에 5∼6년차 정규교사 급여 수준인 14호봉을 적용받고, 심지어 연금까지 챙기는 사례도 있어 ‘이중급여’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경기도의회에서는 지난해 11월 경기도교육청에 명퇴 직후 기간제교사로 재취업하는 현상을 원천봉쇄할 조례를 만들어 제출하라고 요구하기까지 했다.

명퇴 신청이 이처럼 늘어난 것은 오는 4월 공무원연금 개혁안 밑그림이 제출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연금 삭감 우려가 작용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지난해에 명퇴를 신청한 교사들이 각 교육청의 재정난으로 절반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신청자가 적체된 것도 큰 요인이다. 교권침해, 학생지도의 어려움, 교원 경시 풍조 등 바뀐 근무환경 등도 교원들의 명퇴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제주도에서 27년째 교직에 몸담고 있는 교사 A(48·여)씨는 “올 하반기 명예퇴직을 신청할 계획이다”며 “연금이 줄어든다는 걱정도 있지만, 교직이 힘들어서 쉬고 싶어 명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연금 문제가 4월에 일단락되지 않고 하반기까지 이어지게 된다면 명퇴 수용 부담은 상존하는데 재정은 없고 명퇴 신청자는 더 늘어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예진 기자, 대전·광주·울산=임정재·한현묵·이보람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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