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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사이드] 병영문화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입력 : 2015-01-16 19:14:58 수정 : 2015-01-17 01:3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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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문화 혁신 변천사
사고 때마다 미봉책… 2010년 병사 눈높이 맞춘 ‘선진병영’ 기틀
지난해 군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불신은 극에 달했습니다. 병사들의 전투력을 키워 ‘싸워 이길 수 있는 군대’를 만들겠다던 다짐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얼룩진 병영의 상처를 봉합하는 데 급급했지요. 정말 우리 군의 병영문화는 치유될 수 없는 고질병일까요. 그동안 군은 병영문화를 혁신하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나름대로 힘써 왔습니다.

그렇지만 ‘그 밥에 그 나물’이란 지적 속에 이름만 바꾼 유사 대책들이 남발된 느낌도 지울 수 없습니다. 군내 사망자 추이와 시대별 병영문화 혁신 추진 과정을 통해 병영문화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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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예방 대책 수립 필요성에 눈뜬 1990년대

1980년대 군내 사망자 한 해 평균치는 692명. 그럼에도 군은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군내 사망사고를 당연시했던 풍조도 있었습니다. 자연 무수한 의문사들이 양산됐고, 훗날 민간 차원의 위원회가 진상조사에 나서게 됩니다. 군사정권시절 철저한 보안과 통제로 군내 사망사고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탓도 큽니다.

외부와 단절됐던 군내 분위기는 90년대 초반 군사정권이 무너지고 문민정부가 출범하면서 일대 전환기를 맞게 됩니다. 지나치게 높은 군내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사고예방 대책들이 수립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입니다.

1990년대의 대표적인 병영문화 개선 대책은 ‘군 사고예방규정’(94년)과 ‘병영생활규정’(98년) 제정입니다. 94년에는 장병들을 상대로 ‘한국군 인성검사’(KMPI) 제도를 시행, 사고 유발자를 사전 식별하기 위한 시도가 처음으로 이뤄집니다. 군은 99년 들어 ‘한국형 병영문화 창출계획’을 수립, 병영문화의 개념을 도입합니다. 15사단 무장탈영(93년), 26사단 사격장 총기난사(94년), 수도포병대대 수류탄 사고(98년), 12사단 GOP 총기사고(〃), 102여단 총기사고(99년) 등 유난히 악성 총기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80년대 평균 692명에 달하던 군내 사망자 수는 99년 230명선까지 뚝 떨어집니다. 자살자 수도 90년 172명에서 99년 101명으로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90년대 군이 추진한 대책은 단편적인 사고 예방과 후속조치에만 치중됐고 사고 발생의 근본 원인을 식별하고 제거하는 데는 미흡했습니다.

병영문화 혁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가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리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맞춤형 종합대책 수립기에 접어든 2000년대


2000년대는 군내 사고 발생을 줄이는 근원적 대책으로 병영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시기입니다. 단순 후속조치만으로 사고 발생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거죠. 2000년에 발표된 ‘신 병영문화 창달 추진계획’은 이러한 인식의 산물입니다. 이어 군은 2003년 ‘병영생활 행동강령’과 ‘사고예방 종합대책’을 잇따라 내놓으며, 병영문화 개선과 군기강 확립을 동시에 꾀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군의 노력은 2005년 발생한 육군훈련소 인분사건과 28사단 GP 총기난사 사고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사실 2005년 이전 군의 병영문화 혁신 노력은 전담부서 하나 없이 기존부서를 활용한 ‘땜질식’ 처방이 고작이었고, 그러다보니 사업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힘들었죠.

군은 광범위하고 종합적인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 2005년 ‘선진 병영문화 비전’을 내놓습니다. 군이 장병 인권 개념을 수용한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이후 2009년 부대관리훈령이 제정되고, 신(新) 인성검사 시행, 자살예방 종합시스템 수립 등 사고 예방을 위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이 군에 구축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대책들은 의식주에서부터 장병의 가치관과 인성, 인권, 문화, 복지, 자기계발, 학습, 사회적응, 의료체계 등을 포괄하는 병영환경 개선으로 이어집니다. 그럼에도 2000년대 후반 들어 사망·자살사고 감소 추세가 약화되고, 육군훈련소 인분사건과 28사단 GP 총기난사 등이 겹치면서 상응하는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의식변화보다 외형적 제도 보완에 치중한 결과였지요. 실제로 2000년 182명이었던 군내 전체 사망자는 2009년 113명으로 줄었지만, 이 가운데 자살자는 2000년(82명)이나 2009년(81명)이나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올해엔 군 사망자 두 자릿수로 줄어들까


2010년대 들어 군은 틀이 짜여진 병영문화 종합대책을 군 안팎의 여건 변화에 맞춰 수정 보완하며 이를 정착시키는 데 골몰해 왔습니다. 이 시기에 새롭게 등장한 변화는 병영 내 사고의 시작이 ‘언어폭력’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발견했다는 겁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2010년 ‘군내 언어폭력 근절대책’이 나왔습니다.

2011년 해병대에서 발생한 총기사고는 ‘병영문화 선진화 추진대책’ 수립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군은 2012년부터 보호관심병사 관리지침을 통일하고 병사 개인별 인성검사(4단계)와 가정과 연계한 신상파악, 지휘관과 주변의 관찰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 관심병사 등급 분류에 나섰습니다. 과거와 비교할 때 획기적인 변화로 꼽히지만 다른 부처나 민간과의 협력은 미미했습니다.

지난해 22사단 총기사고와 28사단 폭행사망사건으로 군은 또다시 병영문화 혁신안을 마련했습니다. 충격파가 워낙 큰 탓에 이번에는 민간의 의견 수렴에도 공을 들였습니다. 군의 노력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 민·군 및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11개 부처와의 협업과제를 제시했습니다.

군내 전체 사망자는 1980년 970명에서 지난해 103명으로 줄었습니다. 사망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자살자도 1980년 391명에서 지난해 67명으로 감소했습니다. 국방부는 지난해 군내 사망자를 두 자릿수 이하로 낮추기 위해 애를 썼지만 지난 12월 말 다수의 사망자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올해는 100명 이하로 줄일 수 있을지가 주목됩니다. 물론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겠지만 60만 대군을 운용 중인 군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요구는 사실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사회의 높은 자살률과 징병검사 대상자의 90% 이상이 현역으로 입영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참고로 2013년 기준으로 전체국민의 자살 비율(10만명당 자살자 수)은 28.5명, 군 자살 비율은 12.2명입니다. 같은 해 미군의 자살비율은 18.7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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