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수행의 기본은 안으로는 가난을 배우고 밖으로는 모든 사람을 공경하는 것이다.” 성철 스님의 법언이다. 무소유와 사랑이 불자의 수행 목적이라는 뜻이다. 법랍 58년에 열반한 스님의 유품이라곤 40여 년간 손수 기워 입은 누더기 장삼과 덧버선, 그리고 검정 고무신뿐이었다. 성철 스님의 가르침은 실천이 동반되었기에 더욱 가슴속에 스며든다. 오죽하면 조계종 2대 종정을 지낸 청담 스님이 “팔만대장경과 성철 스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성철 스님”이라고 말했을까.

법정 스님의 무소유 청빈은 성철 스님에 버금간다. 법정 스님이 어느 여름 장마 끝에 길을 나섰다. 햇볕이 뜨겁게 쏟아지자 3년째 애지중지 기르던 난초를 뜰에 내놓은 게 생각이 났다. 걱정이 되어 허둥지둥 거처로 돌아가며 스님은 난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결국 화분을 누군가에게 주고 난 뒤에야 집착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무엇인가를 소유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무엇인가를 가질 때 우리 정신은 그만큼 부자유해지며 타인에게 시기심과 질투와 대립을 불러일으킨다”는 명언이 나온 배경이다.

하지만 스님들이라고 나태해질 때가 왜 없으랴. 성철, 법정 스님은 매일 108배를 하며 수행의 자세를 가다듬은 것으로 유명하다. 108배는 인생의 108가지 번뇌를 씻기 위한 수행법이다. 절을 할 때마다 백팔번뇌도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자신의 어리석음을 뉘우치는 것이다. 절은 몸의 가장 높은 곳인 머리를 가장 낮은 곳인 발이 있는 땅으로 내려놓는 행동이다. 108배를 하면 근육이 뻐근하고 땀은 비오듯 한다. 다이어트법으로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 한 번에 87킬로칼로리(㎉)가 소모되는 108배 운동을 아침저녁으로 하고 식이조절을 할 경우 한 달에 5㎏ 이상 빠진다니 이만 한 다이어트 운동이 어디 있을까 싶다.

이정희 대표를 비롯한 통합민주당 당원들이 그제 대국민 호소 108배 행사를 가졌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19일 통진당 해산과 의원직 상실 결정을 내렸다. 108배의 정신은 참회다. 절을 하며 자신의 어리석음을 회개하고 정진을 다짐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무너뜨리려 했던 통진당이다. 그들은 절을 하며 잘못을 속죄했을까. 반성은 없이 정당성만 호소했으니 자신들의 바람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닐까. 108배는 자신들 편의대로 악용하라고 있는 게 아니다.

김환기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