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 웅포곰개나루 덕양정에 오르면 금강의 너른 강물 위로 펼쳐지는 멋진 낙조를 만날 수 있다. 지는 해와 흘러가는 강물이 있으니 곰개나루는 묵은 기억을 털어내고 한 해를 정리하기에 더없이 좋을 것이다. |
그러나 웅포곰개나루의 덕양정이라는 정자에 서서 강줄기의 서쪽 끝을 바라보는 순간 할 말을 잊고 말았다. 강 이름 그대로 비단결 같은 노을이 펼쳐지는 게 아닌가.
이쪽은 전북 익산시 웅포면, 물길 건너서는 갈대밭으로 유명한 충남 서천 신성리다. 이 물길은 하류쪽 군산 땅을 거쳐 서해 바다로 흘러든다. 조선시대에 금강은 충청도와 전라도 내륙까지 물자를 실어 나르던 중요한 뱃길이었다. 바다에서 내륙으로 들어가는 뱃길이 있었으니 자연스럽게 포구가 생기고 마을도 들어섰다. 웅포 역시 뱃길 따라 생긴 포구다. 지금은 두 이름을 붙여서 함께 사용하지만 웅포의 옛 이름이 곰개다. 마치 곰이 강물을 마시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지명이다.
사람들은 세밑에 묵은 마음을 얹어 보내기 위해 지는 해를 찾는다. 한 해의 이런저런 기억은 흘러가는 강물에 실어보내도 좋을 것이다. 곰개나루에는 이처럼 지는 해와 흘러가는 강물이 있으니 한 해를 정리하기에 이만 한 곳도 없을 듯싶다.
그리고 이제 곧 크리스마스다. 성탄에 즈음해 여행을 떠난다면 성당을 빼놓을 수 없겠다.
우리 땅 유일의 한옥성당인 익산 나바위 성당. |
성당포구에서 마주한 금강 하구의 낙조. |
익산=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여행정보(지역번호:063)=서울에서 출발한다면 웅포곰개나루는 서해안고속도로 군산나들목에서 빠져나와 강경·나포 방면으로 향하면 된다. 망성면 바로 옆 성당면 두동리의 두동교회도 찾을 만하다.
1929년에 세워진 함석지붕의 교회로 강단을 중심으로 ‘ㄱ’ 자 형태를 하고 있다. 남녀유별이라는 엄격한 유교문화를 반영해 남녀가 각각 예배를 보게 하기 위해서였다. 나바위 성당에서 고즈넉한 분위기의 절집인 숭문사도 가깝다.
통일신라 때 진표율사가 창건한 고찰로, 중국 숭문 소림사에서 이름을 따왔다. 곰개나루 상류의 성당포구도 금강 낙조 명소이나, 이즈음은 강물 위가 아닌 마을 뒷산 쪽으로 해가 진다. 나바위 성당 입구에 식당이 여럿이고, 특히 ‘박첨지’(861-3337) 등 추어탕집이 서너 곳이나 된다. 익산시청 남쪽 인화사거리 부근에 ‘왕궁온천모텔’(291-5000) 등 모텔급 숙소가 많다.
1929년 세워진 ㄱ자 형태의 두동교회. |
중국 숭산 소림사에서 이름을 따온 익산의 숭림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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