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야당의 국회 상임위 법안심사 거부를 비판하고 있다. 김 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에게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해 제기되는 인적쇄신 등에 대해 “올해 안에 다 털고 잘못된 것에 대한 대처는 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문 기자 |
친이(친이명박)계 4선 중진 심재철 의원은 17일 청와대의 강도 높은 쇄신책을 주문했다.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의혹을 해소하고 국정 동력을 추스르기 위해선 인사혁신, 투명한 통치시스템 작동, 대내·외적 소통 강화 등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며 “과감한 국정쇄신책으로 새출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언급을 피해온 김무성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말을 아껴야 할 상황”이라면서도 “올해안에 다 끝내고, 다 털고 잘못된 것에 대한 대처는 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털고 가자’는 표현은 검찰수사를 지켜보되, 그 결과 청와대도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상황에 따라서는 자신이 청와대에 시정을 요구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는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쇄신책을 내놔야 한다”고 공개 촉구했다. 당내 초·재선 쇄신모임인 아침소리 소속 의원들은 이번 파문 초기부터 박 대통령을 향해 소통강화를 요구했다.
◆“문건유출 책임소재는 가려야”
당내에는 파문의 후유증을 우려하는 기류가 본격화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파행 정국의 깊은 터널을 빠져나오자 마자 비선개입 의혹 파문이 터지면서 청와대·정부의 국정운영 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한 초선의원은 “요즘 의원들이 만나면 박 대통령과 청와대를 많이 걱정한다”며 “집권 3년 차도 안돼 심각한 국정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청와대 문건유출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한다는 당내 여론이 고조되는 배경이다. 한 재선의원은 “문건유출을 알았다면 문건을 어떻게든 회수하든지, 아니면 보안시스템을 시정하든지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그냥 ‘강 건너 불 보듯’ 하면서 덮어버렸다. 이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침묵하는 청와대…수사 전 언급 시기상조
청와대는 침묵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 인적쇄신을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내부에선 김기춘 비서실장과 ‘문고리 권력 3인방’(이재만 총무·정호성 1부속·안봉근 2부속 비서관)의 퇴진이 불가피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김 실장과 정 비서관은 문건 작성과 유출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여론의 흐름이다. 이, 안 비서관은 인사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여당발 쇄신요구가 심상치 않는데도 박 대통령은 그 표적이 되고 있는 3인방은 건드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게 청와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박 대통령이 3인방을 대처할 만한 인물을 찾을 수 없는 데다 이들에 대한 신뢰가 여전히 강하다는 게 청와대 인사들의 전언이다. 개각은 세월호 참사 수습 후 사퇴를 선언한 정홍원 국무총리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장관들 중 특별히 하자가 있는 인사가 없는 데다 인사 청문회 트라우마가 여전히 부담이라는 분석이다.
남상훈·이우승 기자 nsh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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