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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닮았는데…" 생이별 40년 만에 다시 만난 모녀

입력 : 2014-12-16 21:30:36 수정 : 2014-12-17 11: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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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유전자등록 통해 가족 되찾은 최순자·이정미씨 수십년 만에 어머니를 만나는 딸은 문 밖에 서 있는 어머니를 차마 부르지 못했다. 눈에는 연신 눈물이 쏟아졌다. 울먹이는 딸에게 어머니는 “엄마가 미안하다”는 말을 연방 되풀이하다 바닥에 쓰러졌다. 함께 온 언니는 “언니가 못 지켜줘서 미안해”라며 오열했다. 

16일 서울 중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11층 대회의실에서 이정미(44·여)씨와 어머니 최순자(70)씨, 언니 정옥(48)씨, 동생 화선(42·여)씨가 상봉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헤어져야 했던 이씨와 가족들은 40년 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최씨는 남편을 잃고 살기가 어려워져 둘째·셋째 딸을 잠시 큰집에 맡겼다. 그러나 큰집 역시 사정이 안 좋아지자 이씨가 4살이던 1974년 최씨의 동의 없이 두 딸을 각각 입양 보냈다. 언니는 16살 때 가족과 연락이 닿았지만 이씨의 행방은 알 수 없었다.

이씨는 입양 후에도 여러 집을 옮겨다니다 전라도의 한 노부부 집에서 ‘윤정미’라는 이름으로 호적에 올랐다. 양아버지가 사망하자 서울에 올라와 직장에 다녔고 이후 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렸다. 이씨는 가족이 자신을 버린 줄 알았지만 혹시나 자신을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난해 8월 경찰에 자신의 유전자를 등록했다.

최씨는 딸을 찾기 위해 TV 출연도 해보고 지역신문에 광고도 여러 번 냈다. 언니는 혹시 동생이 기억할까 싶어 큰집에 정기적으로 찾아가 동네 사람들에게 부탁을 했지만 헛수고였다. 그러던 중 최씨가 어린이재단과 경찰의 도움으로 유전자 등록 방법을 알게 돼 지난 10월 자신의 유전자를 등록했고, 지난 15일 이씨의 유전자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감격의 상봉을 마친 이씨는 “(엄마를) 어떻게 뵐까 어떤 모습이실까 나랑은 닮았을까 생각하느라 어제 한숨도 못 잤다”며 “엄마가 나를 버렸다고 생각해서 단 한 번도 엄마를 찾을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걸 이번에 알고 많이 죄송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너무 기쁘고 좋아 심정을 말할 수가 없다”며 “딸을 찾아줘서 뭐라 표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어린이재단에 따르면 이씨처럼 가족과 헤어져 서로 만나지 못한 세대가 1500가정에 이른다. 이 중 10년 이상 장기 실종가족도 150여가족에 달한다. 이제훈 어린이재단 회장은 “오늘의 상봉식을 계기로 애타게 가족을 찾고 있는 실종 가족들도 희망을 가져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지수 기자 v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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