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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초이노믹스⑤]실패한 부동산정책

입력 : 2014-12-14 14:33:55 수정 : 2014-12-14 14:3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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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거래 '부진'…전셋값만 올라
"문제는 소득!"…원인 잘못 짚은 초이노믹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전부터 “지금의 부동산 규제는 더운 여름에 겨울옷을 껴입고 있는 꼴”이라며 부동산시장 부양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그러나 부동산 규제가 본격적으로 완화된 지 4개월이 지난 지금 부동산시장은 살아나지 않은 채 가계부채 급증 및 전셋값 급등이라는 부작용만 낳아 “애초부터 원인을 잘못 짚은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 의도 안 먹히는 시장…전셋값만 올라

부동산 침체는 곧 건설업계의 침체를 부르고, 이는 금융사, 건설자재업체, 인테리어업체 등 수많은 업계에 악영향을 끼친다.

최 부총리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및 금리 인하를 통해 부동산을 띄워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시장에는 정부의 의도가 도통 먹히지 않고 있다.

부동산써브가 지난달 전국 부동산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9.1 부동산대책’ 효과는 이미 끝났다”는 답변이 73.5%를 차지했다. 정부가 부동산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는 단 4개월만의 ‘반짝 효과’에 그친 것이다.

실제로 부동산114에 따르면, 11월 셋째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22주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KB국민은행의 ‘KB부동산 전망지수’도 9월 120.6으로 정점을 찍은 뒤 10월 113.7, 11월 104.1로 2개월 연속 하락 중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의 주택경기실사지수는 지난달 157.6에서 이달 116.3으로 급락했다.

반면 전셋값은 지칠 줄을 모르고 고공비행 중이다.

국민은행이 발표한 ‘11월 전국 아파트 매매시장 동향’에 의하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69.6%로 거의 70%에 육박했다. 전월 대비 0.2%포인트 상승하는 등 매달 오르고 있다.

서울은 전세가율 65.2%로 전월보다 0.3%포인트 올랐다. 12월 첫째 주에도 0.12% 상승해 25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특히 내년 서울의 신규 전세 수요가 5만 가구가 넘는 반면 아파트 등 주택 입주물량은 4만1000여 가구에 불과해 내년에도 살인적인 전셋값 상승세는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 같은 현상의 주된 원인은 소비자들이 주택 구매를 꺼려하고, 대신 전세를 선호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금 돈이 있는 사람도 집을 사려 하지 않는다”며 “이들이 모두 전세 수요로 몰리면서 전셋값 폭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LTV와 DTI가 각각 70% 및 60%로 완화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었지만, 대부분 생활비로 쓰이거나 신용대출이 주택담보대출로 전환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금리가 내려가자 전세대출 수요가 대폭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초이노믹스는 새로운 주택 구매 수요를 창출해내지 못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의도와는 달리 전셋값만 오른 것과 별개로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소비를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때문에 최 부총리가 부동산시장을 부양해서 끌어내려던 내수활성화는 더 요원해진 양상이다.

◆"문제는 소득이야!"

이에 따라 “초이노믹스가 처음부터 원인을 잘못 짚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정부의 갖은 노력에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것은 구조적인 요인 탓”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구조적인 요인 가운데 어떤 점이 특히 문제인 걸까? 금융권 관계자들은 미국이 위기를 벗어난 방법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주택저당증권(MBS),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파생상품 관련 손실 때문에 위기에 처한 은행들을 구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막대한 구제금융을 제공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스템적인 위기는 해결되지 않았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전문가들과 의논한 끝에 은행들에 정부가 직접 자금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정부는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JP모건, 뱅크 오브 아메리카 등 9개 은행에 총 1250억달러의 자본을 제공했다. 그러고 나서야 위기는 진정되기 시작했다.

결국 자기자본, 즉 내 돈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아무리 많은 돈을 저리로 빌려준다고 해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마찬가지로 소비자들의 소득이 부족한 상황에서 돈을 계속 빌려줘봤자 ‘모르핀 효과’ 이상을 기대할 수 없다”며 “오히려 ‘모르핀 효과’가 떨어진 후에는 원리금 상환부담 때문에 가계의 소비가 더 위축되는 역효과를 일으킨다”고 강조했다.

김영식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최성호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연구소 전문연구원은 “부동산 규제 완화 등으로 주택가격을 상승시키는 것보다 차주의 소득을 늘리는 것이 소비 진작에 약 4.4배 더 강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더 이상 부동산으로 투자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따라서 실거주 수요자의 소득을 늘려 그들이 적은 대출부담으로 집을 구입할 수 있게 해줘야 매매거래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를 통해 집값이 상승하면, 투자수익을 노리는 부자들도 주택 매입에 뛰어들어 전체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론’에 의거해 부유층의 세금을 늘리면서 저소득층의 소득을 증가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원인을 잘못 짚은 초이노믹스는 가계부채만 급증시켰을 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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