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검은 25일 상급 검찰청인 광주고검 검찰시민위원회 결정에 따라 김 전 지검장에 대해 병원 치료를 전제로 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란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만 피의자의 여러 사정을 참작해 처벌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될 때 내리는 검찰 처분이다.
검찰은 김 전 지검장이 심야시간 인적이 드문 공터와 거리 등에서 음란행위를 한 점 등을 들어 타인을 대상으로 범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병적 질환에 의한 행위였으며, 수사 과정에서 충분히 고통을 받은 점 등도 고려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정신과 의사 의견에 따르면 (김 전 지검장은 범행 당시) 정신 병리현상인 ‘성선호성 장애’ 상태였다”면서 “6개월 이상의 정신과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김 전 지검장은 지난 8월12일 밤 제주시 중앙로 음식점 인근 등지에서 5차례에 걸쳐 음란행위를 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풀려났다. 경찰은 같은 달 22일 폐쇄회로(CC)TV 화면 등을 근거로 ‘음란행위를 한 남성은 김 전 지검장’이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제주지검에 넘겼다. 이후 김 전 지검장은 변호인을 통해 혐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김 전 지검장에 대한 기소유예 처분은 검찰이 검사의 일탈행위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공연음란죄를 저지른 경우 징역 1년 또는 벌금 500만원 이하의 형사처벌을 받는다. 처벌이 비교적 가벼운 만큼 벌금형에 약식기소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김 전 지검장을 기소조차 하지 않은 것은 검찰의 과도한 재량권 행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소유예 처분을 권고한 검찰시민위원회 역할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검찰시민위원회는 수사 과정에 국민 의견을 반영해 공정성을 높이겠다며 2010년 도입됐다. 하지만 위원회 구성이나 회의 내용이 비공개여서 검사 비위를 선처하기 위한 명분을 쌓는 절차로 활용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별장 성접대 의혹을 받은 김학의(58) 전 법무부 차관을 무혐의 처분하면서 “검찰시민위원회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2012년 말 서울동부지검 전모(32) 검사 성추문 사건 때 피해여성 사진을 유출한 검사 2명에 대해서도 경찰이 ‘정식 기소’ 의견을 냈지만, 검찰은 검찰시민위원회를 거쳐 약식기소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김 전 지검장에 대한 처분은 ‘검사는 공연음란 행위를 해도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긴 것”이라며 “검찰이 위촉한 검찰시민위원회가 과연 검사 비리를 다룰 때 공정하게 논의를 할 수 있는지는 이번 기회에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호 기자, 제주=임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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