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은 다음달부터 더 이상 국채 또는 주택담보부 채권을 매입하지 않는 대신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보유채권액수를 4조5000억달러선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연준은 2008년 말 금융 위기 이후 약 6년 동안 지속해온 통화 완화 정책으로 미국 경제가 확실한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판단했다. 연준은 이날 회의가 끝난 뒤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 경제가 더 이상 통화 정책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연준은 특히 “현재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시행한 이후 노동 시장 전망이 현저하게 나아졌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또 “가격 안정 속에서 고용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미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준은 금리정책과 관련해 “여러 요인을 평가할 때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끝내고서도 상당 기간 초저금리 기조를 이어가는 게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준은 그러나 “지표가 연준이 현재 예상하는 고용 및 인플레이션 목표에 더 빨리 접근한다면 금리 인상이 예측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경제의 저성장기조에도 미국 경제는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 상무부는 30일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5%로 잠정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2분기 성장률 확정치 4.6%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 평균(3.0%)을 웃도는 수치다. 1분기 한파와 폭설 등 악천후로 GDP가 마이너스 성장한 것을 제외하면 지난 5개 분기 가운데 4개 분기의 성장률이 3.5%를 넘었다. 연준도 성명에서 “미국의 최근 경제활동이 ‘완만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양적완화 정책의 효력에 대해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조치로 모기지 비용과 기업의 채무 부담이 줄어 고용 시장이 개선됐다는 게 연준의 평가이다. 그러나 비판론자는 미국의 현재 경제 지표와 양적완화 조치 간에 상관 관계가 미약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준이 양적완화 조치를 도입하기 시작한 2008년 1월 이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주가지수는 131%가 올랐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연 2.96%에서 2.32%로 떨어졌다. 실업률은 제3차 양적완화 조치가 시작된 2012년 9월에 8.1%였으나 지난 9월에 5.9%로 내려갔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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