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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대석] 문화융성·창조경제 독려 홍상표 한국콘텐츠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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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28 20:53:45 수정 : 2014-10-28 20:5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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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콘텐츠 세일, 서남아·중동 등 신흥시장 주목해야”
박근혜정부는 출범 후 ‘문화융성’과 ‘창조경제’를 국정의 핵심 기조로 선포했다. 기존의 ‘굴뚝산업’에 의존하는 대신 이른바 ‘창조산업’을 일으켜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함은 물론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자는 취지다. 방송·게임·만화·캐릭터·애니메이션 등 문화콘텐츠 산업은 문화융성과 창조경제의 ‘접점’에 해당하는 분야다. 이처럼 중요한 문화콘텐츠의 생산을 독려하고 수출을 증진해야 할 책임을 두 어깨에 걸머진 이가 바로 홍상표(57·사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다. 진흥원이 지난 6월 전남 나주 ‘빛가람’ 혁신도시로 이전한 뒤 홍 원장은 일주일에도 몇 번씩 나주와 서울을 오가며 사무를 보고 있다. 지난 23일 업무차 서울을 찾은 홍 원장을 강남구 역삼동의 진흥원 분원에서 만나 문화콘텐츠 진흥을 통한 문화융성 등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문화콘텐츠 생산과 수출의 중책을 맡은 기관장으로서 어떤 비전을 갖고 있나.


“우리 기관의 목표는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을 통해 창조경제 발전과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것이다. 콘텐츠 산업이란 상상력과 창의력 등 창조적 자산을 토대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또 고용과 성장의 선순환은 국민경제 전체를 키운다. 물론 창조경제도 궁극적 목적은 국민이 문화를 향유할 기회를 넓힘으로써 문화적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

―2013년 처음으로 50억달러(약 5조2600억원)를 돌파한 우리 문화콘텐츠 수출액이 올해는 얼마나 될 것으로 예상하나.

“올해 수출액은 57억달러(약 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상대적으로 게임·애니메이션·캐릭터 등의 수출 성장세가 높고 만화나 영화 등 장르는 낮다. 만화는 다양한 작품이 이미 해외로 진출해 수출할 콘텐츠 물량 자체가 줄어들었다. 영화는 국내에서는 ‘명량’이 선전했으나 해외에서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소재나 주제의 작품은 올해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게임은 우리 콘텐츠 수출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효자 상품이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 탓에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게임 과몰입은 분명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술·마약·도박 등과 동일하게 취급하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법적 규제보다 업계의 자정 노력이 우선이다. 진흥원은 청소년들의 올바른 게임 이용 문화 정착을 위해 ‘찾아가는 게임문화교실’ 행사를 지속적으로 열고 있다. 전국의 교육청 산하에 게임 과몰입 전문 상담사도 배치해 학교 현장에서 게임 관련 상담과 예방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중이다.”

그간 드라마와 K-팝에서 일기 시작한 한류가 다른 분야로 퍼져 나가며 우리 문화콘텐츠 산업 전체의 ‘파이’를 키워 왔다. 그런데 “요즘 한류가 예전 같지 않다”는 위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한류의 양대 시장이라 할 일본과 중국의 사정이 특히 그렇다. 일본은 한·일 관계의 악화가, 중국은 한국에 대한 경계심이 각각 원인이 돼 한류가 주춤하고 있다. 홍 원장은 “서남아시아, 중동, 중남미 등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며 “드라마는 드라마, 영화는 영화대로 따로 가지 말고 여러 부문이 다 함께하는 장르별 융합을 통해서만 한류의 중흥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요즘 국내 방송콘텐츠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우리 방송콘텐츠 포맷을 그대로 표절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데.

“포맷 관련 국제분쟁 사례의 80% 이상이 저작권 침해소송이다. 아이디어나 제작 노하우 등 형태의 콘텐츠는 딱히 손에 잡히는 실체가 없어 권리 보호가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방송 제작자들을 상대로 저작권 보호 교육을 강화하고, 방송 포맷 전문 변호사를 활용해 무료 법률상담도 제공할 방침이다.”

―한국만의 독창적 콘텐츠인 웹툰 세계화를 위해 무슨 노력을 하고 있나.

“최근 드라마로 만들어져 호응을 얻고 있는 ‘미생’의 경우처럼 우리나라 웹툰의 단단한 이야기 구조는 다른 장르의 콘텐츠로 진화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주요 국제도서전마다 꾸준히 참가해 한국 만화의 해외진출을 위한 기반을 다졌다. 얼마 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영상 마켓에서도 국내 인기 웹툰 원작을 국외 콘텐츠 제작자와 투자자들한테 소개했다.”

―현 정부의 중요 과제인 문화융성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건 정부 부처들 간의 칸막이를 허물고 서로 협업을 하는 것이다. 자기 것은 그냥 놔두고 남의 것만 가져다가 붙여 더 키우는 것은 제대로 된 융합이나 협업이 아니다. 내 것도, 남의 것도 다 버리고 제3의 결과물을 창조하는 게 진정한 의미의 융합이요, 협업이다. 결국 부처들이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 모든 부처와 공공기관들이 마음을 비우고 자기만의 기술이나 문화도 흔쾌히 양보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부처들 간의 협업에 관해선 아쉬운 점이 많다.”

진흥원의 나주 이전 이후 홍 원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의 장거리 출장이 부쩍 잦아졌다. 국내 콘텐츠기업의 85% 이상이 서울·수도권에 있으니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홍 원장이 요즘 대안으로 강조하는 건 화상회의 활용이다. 나주 본부와 서울 역삼동 분원, 대학로 콘텐츠코리아랩 제1센터를 서로 연결하는 3원 화상회의가 차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홍 원장은 “막상 화상회의를 해보니 대면회의와 비교해 전혀 불편함이 없다”며 “직원들한테 ‘꼭 서울에 가서 일하려 하지 말고, 시험 삼아 일거리 자체를 나주로 갖고 오라’고 주문한다”고 소개했다.

―내년 3월이면 3년 임기가 끝나는데 그 전에 꼭 이루려는 사업이 있다면.

“가장 주안점을 두는 건 콘텐츠코리아랩의 성공적 정착이다. 지난 5월 대학로 제1센터를 시작으로 2017년까지 전국에 총 8곳을 개원한다. 이곳은 누구든 아이디어만 있으면 상용화와 홍보·마케팅은 물론 창업까지 도와주는 단계별 지원 시스템을 갖고 있다. 콘텐츠 창작에 관심이 있는 젊은이들이 콘텐츠코리아랩을 더 많이 활용하도록 하겠다. 두 번째는 이야기 산업의 기반을 갖추는 일이다. 모든 콘텐츠의 뼈대는 이야기다. 영화·연극·뮤지컬만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게 아니다. 기업 경영은 물론 정치 리더십도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시대다. 가칭 ‘이야기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이야기의 생산·유통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만든 콘텐츠 상품을 팔 시장 확보가 중요하다. 이건 혼자 할 수 없는 일이고 융합과 협업이 필요하다. 2013년부터 진흥원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해외에서 ‘코리아 브랜드&한류상품 박람회’를 공동으로 열고 있다. 우리 상품과 문화콘텐츠가 서로 손잡고 함께 가야 한다.”

―세월호 참사 후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이 일었다. 관료 출신 인사들의 재취업을 제한하려는 요즘 분위기를 어떻게 보나.

“정부의 일이든 공공기관의 일이든 모든 자리는 전문성과 리더십을 요구한다. 어떤 사람이 갖고 있는 능력과 리더십을 꼭 필요로 하는 직위에 그 사람을 보내는 게 원칙이다. 옛말에 ‘과유불급’이라고 무엇이든 지나친 건 금물이다. 적절한 관리는 필요하겠지만, 관료 출신이라도 전문성과 리더십을 갖춘 적임자라면 중용해야 한다. 무조건 배제하려는 건 국가의 장래라는 큰 틀에서 볼 때 도움이 안 된다.”

―언론인으로 오래 일했고 이명박정부에선 청와대 홍보수석도 지냈는데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뭐, 청와대에 오래 재직하지는 않았으나 구설에 오른 적은 없다. 참모는 태양이 되려고 하면 안 된다. 본인이 돋보이려는 순간 참사가 난다. 참모가 되면 자기 스스로를 죽여야 한다. 그동안 언론계에서 나름대로 전문성을 쌓았다. 또 진흥원장을 하며 새롭게 얻은 것도 많다. 이런 것들을 잘 활용해 국가와 사회에 더 기여할 일이 있다면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대담=박태해 문화부장, 정리=김태훈 기자, 사진=김범준 기자
■ 홍상표 원장은…
▲1957년 충북 보은 출생 ▲휘문고, 한국외국어대 정외과 졸업 ▲연합뉴스 외신부, 사회부, 정치부 기자 ▲YTN 정치부장, 보도국장, 경영기획실장, 상무 ▲한국외대 겸임교수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 ▲저서 ‘다시 일어선 일본, 그 힘은 어디서’(공저·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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