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감찰·사정 총괄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가 대대적인 반부패 정풍운동을 예고한 데다 해외에서는 호주에 이어 필리핀이 중국 관리 등의 부패 관련자 도피 사범 검거에 협조하기로 했다. 안에서는 ‘호랑이’(부패한 거물)와 ‘파리’(하위직 부패), 바깥에서는 ‘여우’(해외 도피 관료) 사냥에 박차를 가하는 형국이다. 향후 반부패사정은 의법치국(법에 의한 통치)을 바탕으로 투명한 경제적 부를 창출하는 경제적 관점에 초점이 맞춰지는 모양새다.
◆더욱 거세질 호랑이와 파리 사냥
중국의 반부패 사령탑인 왕치산(王岐山) 기율위 서기는 지난 25일 전체회의에서 당 간부들을 향해 “행동을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앞서 24일 칭화(淸華)대 경제관리학원 고문위원회 해외 위원들과 만나서는 4중전회 결과를 설명하면서 “깨끗한 정부를 만들기 위한 부패 척결에 끝은 없다”고 강조했다.
저우융캉(周永康) 전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정법위원회 서기 처벌 공개가 임박한 가운데 기율위는 새로운 호랑이 사냥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화권 매체들은 저우 전 서기 다음 호랑이로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 비서실장을 지낸 링지화(令計劃) 당 통일전선공작부장을 영순위로 놓고 있다. 링 부장은 저우 전 서기,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 등과 공모해 시 주석 제거 음모를 꾸몄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부패 척결을 총괄할 기구도 조만간 탄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신경보는 최근 기율위 소식통을 인용해 “기율검찰계통과 검찰기관, 예방부패국 등 각 분야의 반부패 역량을 결집할 최고 반부패기구 설립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구는 사정·감찰기관의 역량을 모은 협의체인 ‘지도 소조’ 형태로 출범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우사냥’도 박차
지구촌 곳곳에서 진행되는 중국 사정당국의 ‘여우사냥(獵狐) 2014’ 작전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여우사냥 2014는 중국 수사관이 해외로 도피한 부패 관리를 해당 국가에서 검거하고 이들의 도피 자산을 파악해 환수하는 특수임무를 말한다. 유출 자금은 천문학적이다. 금융감시 단체인 글로벌 파이낸셜 인티그리티(GFI)에 따르면 중국 부패 관리들이 해외로 빼돌린 자금은 2005∼2011년에 2조8300억달러(약 3000조원)에 이른다. 1990년 이후 해외로 도피한 당정 간부와 국유기업 관계자는 1만8000여명으로 추산된다.
◆부패의 경제학, 경제에도 장기 호재
의법치국에 입각한 중국의 반부패 캠페인은 시장 주체가 중심적 역할을 하는 경제 개혁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부패는 곧 법치의 붕괴이자 외국인 투자 등 항구적인 개혁 정책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중국의 반부패 운동의 결과로 2020년 경제성장률이 0.1∼0.5%포인트 상승할 것이라는 중국 학자들의 견해를 전했다. 쑤젠(蘇劍) 베이징대 경제학원 경제학부 부주임은 “부패 척결에 따라 경제활동 환경이 공평하고 투명해져 비용과 시간이 절약될 것”이라며 “700억달러(약 74조원)의 ‘보너스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추산했다.
경제효과 극대화의 관건이 국제 인권 문제와 맞물려 있어 반부패 성과가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서구 국가들이 고문 등 인권침해 논란을 일으킨 중국 사정 당국의 해외 반부패 수사 협조 요청을 수용하기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전 세계 국가 사형 집행 건수의 3배를 웃도는 중국의 사형 현실도 문제다.
황펑(黃風) 베이징사범대 국제형법연구소장은 “사형 불인도 조건은 인권보장의 원칙”이라며 “협조국의 사정을 존중하고 관용성과 유효성을 갖춘 국내법 체계를 완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베이징=신동주 특파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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