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시급한 국정과제 산적한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사이인가.
정국 뇌관인 개헌 논의와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두 사람의 의견이 잇달아 충돌하면서 그동안 곪았던 양측의 환부가 터지는 형국이다. 김 대표가 발빠르게 개헌 발언 다음날인 지난 17일 잘못을 공개 사과하고 청와대와 싸울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는데도 여권 핵심부는 이를 믿는 분위기가 아니다. 청와대는 이참에 김 대표의 버르장머리를 확실히 고치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22일 통화에서 ‘김 대표의 개헌 발언은 실수가 아니다’는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전날 발언에 대해 “여권 핵심이 김 대표의 행태를 가만히 두고만 보지 않겠다며 작심하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이날 “산적한 국정과제를 빨리 처리해야 하는데 다른 문제로 동력이 떨어지는 게 부담스럽다”며 김 대표에 대한 원망을 내비쳤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당·정·청이 합심해 시급히 처리해야 할 법안들이 즐비한데, 여당 대표가 ‘개헌 봇물론’과 ‘공무원연금 개혁 속도조절론’을 끄집어내며 ‘바람 빼는 소리’를 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두 사람은 7·14 전당대회 후 비교적 순로롭게 출발했다. 박 대통령은 전대 다음날 김 대표 등 신임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했다. 그러나 김 대표가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을 자신의 비박(비박근혜)계 인맥으로 인선하자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은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다. 나아가 김 대표가 개헌론에 이어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다른 목소리를 내자 청와대의 불신과 반감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김 대표가 당을 틀어쥐고 차기 대권을 겨냥해 차별화를 꾀하며 ‘자기정치’를 본격화한다는 판단에서다. 김 대표가 개헌 발언 사과를 한 것이나 이날 ‘당정청 한몸 협조’를 새삼 강조한 것은 치고 빠지기라는게 청와대 시각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오른쪽)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공무원연금은 근본적인 개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김 대표는 그러나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개혁을 하는 게 중요하지, 시기가 중요하냐”고 반문해 청와대와 온도차를 보였다. 이제원 기자 |
양 교수는 “한 지붕 두 가족으로 갈등이 잠복할 수 있으나 언젠가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양측 정면충돌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친박 핵심 진영은 김 대표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속담을 들고 있다. 김 대표의 독자 행보가 누적되면 친박은 선제공격을 할 태세다. 친박 핵심에서는 모 의원을 내년의 원내대표선거 후보로 낙점했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김 대표 대항마인 셈이다. 한 친박 의원은 “김 대표는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선 많은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황용호 정치전문기자 drag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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