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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김무성 엇박자…'가까이 하긴 너무 먼'

입력 : 2014-10-22 19:18:48 수정 : 2014-10-22 23: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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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보단 이해·필요에 따라 뭉쳐
靑 "시급한 국정과제 산적한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사이인가.

정국 뇌관인 개헌 논의와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두 사람의 의견이 잇달아 충돌하면서 그동안 곪았던 양측의 환부가 터지는 형국이다. 김 대표가 발빠르게 개헌 발언 다음날인 지난 17일 잘못을 공개 사과하고 청와대와 싸울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는데도 여권 핵심부는 이를 믿는 분위기가 아니다. 청와대는 이참에 김 대표의 버르장머리를 확실히 고치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22일 통화에서 ‘김 대표의 개헌 발언은 실수가 아니다’는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전날 발언에 대해 “여권 핵심이 김 대표의 행태를 가만히 두고만 보지 않겠다며 작심하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이날 “산적한 국정과제를 빨리 처리해야 하는데 다른 문제로 동력이 떨어지는 게 부담스럽다”며 김 대표에 대한 원망을 내비쳤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당·정·청이 합심해 시급히 처리해야 할 법안들이 즐비한데, 여당 대표가 ‘개헌 봇물론’과 ‘공무원연금 개혁 속도조절론’을 끄집어내며 ‘바람 빼는 소리’를 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집권 2년차에 벌써부터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간극을 보이는 것은 근본적으로 인간적인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양승함 연세대 교수는 “두 사람은 구원(舊怨)이 있는 애증관계”라고 규정했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그간의 정치역정을 볼 때 서로에 대한 믿음보다 이해와 필요에 따라 뭉쳤다, 흩어져 현안을 놓고 충돌할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논리다.

두 사람은 7·14 전당대회 후 비교적 순로롭게 출발했다. 박 대통령은 전대 다음날 김 대표 등 신임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했다. 그러나 김 대표가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을 자신의 비박(비박근혜)계 인맥으로 인선하자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은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다. 나아가 김 대표가 개헌론에 이어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다른 목소리를 내자 청와대의 불신과 반감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김 대표가 당을 틀어쥐고 차기 대권을 겨냥해 차별화를 꾀하며 ‘자기정치’를 본격화한다는 판단에서다. 김 대표가 개헌 발언 사과를 한 것이나 이날 ‘당정청 한몸 협조’를 새삼 강조한 것은 치고 빠지기라는게 청와대 시각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오른쪽)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공무원연금은 근본적인 개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김 대표는 그러나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개혁을 하는 게 중요하지, 시기가 중요하냐”고 반문해 청와대와 온도차를 보였다.
이제원 기자
김 대표 측도 청와대가 못마땅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판단한 듯하다. 박 대통령의 의중과 권력의 속성을 알고 있는 김 대표가 무모하게 덤비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대표는 이날 보수혁신위 회의에서 인사말을 통해 “지금 대통령과 나를 (언론이) 싸움붙이려 난리인데 절대 싸울이 생각 없다”고 몸을 낮추며 갈등설 차단을 시도했다. 이어 “말 한마디를 잘못해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데 정말 억울하다”며 “내 실수이기 때문에 인정하고 아무 말도 안하는데 내가 ‘어’라고 한 것을 언론은 ‘아’라고 보도했다. 주워담을 수도 없고…”라고 해명했다.

양 교수는 “한 지붕 두 가족으로 갈등이 잠복할 수 있으나 언젠가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양측 정면충돌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친박 핵심 진영은 김 대표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속담을 들고 있다. 김 대표의 독자 행보가 누적되면 친박은 선제공격을 할 태세다. 친박 핵심에서는 모 의원을 내년의 원내대표선거 후보로 낙점했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김 대표 대항마인 셈이다. 한 친박 의원은 “김 대표는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선 많은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황용호 정치전문기자 drag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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