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와 문 위원장은 지난달 22일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에서 만나 꽉 막힌 세월호 특별법을 논의하면서 개헌 문제를 진지하게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당시 총 30 여분간 회동했는데, 모두발언 공개 후 곧바로 배석자 없이 비공개로 20분간 대좌했다. 문 위원장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회동에서 개헌문제를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말하기 어렵다. 괜히 얘기했다간 큰일난다. 상대당 사정이 있는데”라며 “말했으면 말했다고 하겠느냐”고 얼버무렸다.
김 대표는 앞서 지난달 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이 부의장, 우 원내대표(당시 정책위의장)와 저녁을 함께하며 개헌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 부의장은 “나와 우 원내대표가 개헌에 관해 주로 얘기하며 분권형 권력구조인 오스트리아 헌법을 배울 점이 많다고 언급했다”며 “개헌 문제는 김 대표가 잘 알고 있어 세월호 특별법보다 더 쉽게 풀릴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김 대표는 개헌에 공감한다면서도 ‘여당 대표라서 시기 등을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이해해 달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에게 아직 개헌 문제를 말하지 않았다. 지금은 세월호 특별법을 처리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개헌은 안 할 수 없다. 시기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 한 비대위원은 김 대표와 개별적으로 만나 개헌 문제를 협의했느냐는 질문에 “말할 수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김 대표와 개헌을 논의했지만 언론에 공개할 수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여야 지도부는 늦어도 내년 2월 초 예정된 새정치연합 전당대회 전까지 국회개헌특위를 출범시켜 개헌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복안이다. 새정치연합 새 지도부가 개헌에 소극적이면 개헌 추진은 사실상 물 건너 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새누리당 이군현 사무총장은 이날 “개헌 논의를 할 때가 ‘지금은 아니다’에 방점이 있다”며 개헌추진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한 당직자는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 핵심이 반대해 조심스럽고 혼란스럽다”며 “머리가 아프다”고 하소연했다. 개헌 추진이 녹록지 않음을 시사했다.
황용호 정치전문기자 drag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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