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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해외원조의 고질병을 고치지 못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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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07 21:09:14 수정 : 2014-10-07 21: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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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나라는 2조3000억원의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지구촌의 빈곤과 질병 퇴치를 위해 사용했다. 그리고 국회에 제출된 내년도 ODA 예산은 2조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ODA 예산 규모는 여성가족부와 통일부, 외교부 예산보다도 많고 국가인권위원회 예산의 10배에 달한다. 어려운 경제여건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ODA 예산이 충당되는 만큼 낭비되지 말아야 하고 투명하고 효과적으로 사용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다. 

이태주 한성대 교수·ODA Watch대표
우리나라의 해외원조 실태는 감사원 감사를 통해서도 밝혀진 바와 같이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가장 심각한 병폐는 예산 집행 주체가 너무 많아 중복과 낭비가 심하며, 심지어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우리나라 원조기관끼리 경쟁하는 우스운 꼴이 지속되고 있다. 무상원조를 전담하는 코이카와 차관원조를 수행하는 한국수출입은행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 교육부, 기획재정부 등 30여개의 중앙부처와 산하기관들이 저마다 해외사무소를 만들고 800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제각각 추진함으로써 많은 비용을 낭비하고 있다.

특히 현 정부가 중점 추진하고 있는 새마을 ODA나 기재부의 경제개발공유사업(KSP)은 난맥상이 심각하다. 지방자치단체까지 가세해 경쟁적으로 예산을 따내기 위해 모든 농촌개발사업과 지역개발사업을 새마을운동으로 포장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개발공유사업은 무상원조인데도 국제개발협력기본법을 어기면서까지 유상원조를 담당하는 기재부와 관피아들의 고유사업이 됐다. 코이카는 똑같은 개발컨설팅 사업을 개발경험공유(DEEP)라는 다른 이름의 사업으로 하고 있으니 참으로 난맥상이 심각하다. 우리나라 간판 사업인 KSP는 세계은행 보고서를 표절하는 등 개발컨설팅 보고서의 질적 수준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되고 있는 실정이다.

집행뿐만 아니라 원조정책의 난맥상은 더욱 심각하다. 최근 기재부는 우리나라 ODA를 2015년까지 국민총소득의 0.25%로 확대하기로 한 국제사회의 약속을 고려해 개발금융을 도입하기로 추진하고 있다. 예산을 늘리기 어려우니 시장에서 개발재원을 조달하고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으로 이자차액과 손실, 리스크를 보전한다는 것이다. 이는 원조 예산을 대기업의 해외시장 진출과 수주 지원을 위해 쓰겠다는 것이어서 우리나라 ODA의 질을 추락시킬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로부터도 자국 이익만 챙기는 상업적 원조국가로 비판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개발금융은 신흥경제국과 중상위 소득국에 제공되기 때문에 최빈국과 분쟁국, 취약국가를 우선 지원하자는 국제사회의 원조규범에도 맞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국회는 ODA 예산이 제대로 사용되는지, 원조정책과 집행의 난맥상을 왜 고치지 못하는지 철저히 추궁해 국민에게 보고해야 한다. 국격을 높이는 원조가 아니라 도와주고 비난받는 잘못된 원조 관행을 하루빨리 개혁해야 한다.

이태주 한성대 교수·ODA Watch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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