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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겁게 끝난 손연재-덩썬웨 맞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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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02 21:42:47 수정 : 2014-10-02 21:4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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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를 모았던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0·연세대)와 중국 덩썬웨(22)의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자존심 대결은 예상보다 싱겁게 끝났다.

손연재는 2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승에서 곤봉(18.100점)과 리본(18.083점), 후프(18.216점)에서 환상적인 연기로 연거푸 '꿈의 점수'인 18점대를 돌파했다.

손연재가 일찌감치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만이 달성할 수 있는 점수대로 올라선 반면 덩썬웨는 리본(17.483점), 후프(17.583점), 볼(17.400점)에서 모두 17점 중반대에 머물렀다.

참가선수 16명 가운데 7번째로 연기에 나선 손연재가 마지막 볼(17.300점)을 마쳤을 때 이미 두 선수의 점수 차는 이미 19.233점이었다.

리듬체조가 20점 만점이기는 하지만 덩썬웨가 닿을 수 없는 점수였다. 결국 손연재는 71.699점으로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덩썬웨는 70.332점으로 은메달을 획득했다.

두 선수는 리듬체조 불모지나 다름없는 아시아에서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손연재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시작으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결선에 올라 사상 최고 성적인 5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 리듬체조의 새 길을 개척해온 손연재와 마찬가지로 덩썬웨 역시 런던올림픽(11위), 지난해 세계선수권(4위)에서 중국 리듬체조 선수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이날 결과를 두고 손연재가 덩썬웨보다 우수한 선수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덩썬웨는 타고난 유연성에다 동양인이라고는 쉽게 믿기지 않는 시원시원한 연기와 높은 점프를 자랑하는 선수다. 잠재력만큼은 어쩌면 손연재보다 더 앞선다고 할 수 있는 선수다.

단지 승부는 프로그램의 완성도에서 갈렸다. 손연재는 그 스스로도 "후회없이 준비했다"고 말할 정도로 준비가 잘 돼 있었던 반면 고질적인 발목 부상에 시달려온 덩썬웨는 사정이 달랐다.

올 시즌 예전보다 두 달 일찍 훈련에 돌입한 손연재는 4종목의 프로그램을 새롭게 구성했다. 생소한 프로그램이었지만, 모스크바 그랑프리를 시작으로 6번의 국제체조연맹(FIG) 월드컵, 지난달 이즈미르 세계선수권대회까지 올 시즌 국내외에서 10차례나 대회를 치르면서 새 프로그램은 손연재에게 맞춤복처럼 찰싹 달라붙었다.

손연재가 끊임없는 반복훈련과 수많은 실전경험을 통해 그 어느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인 반면 덩썬웨는 발목 부상 때문에 올 시즌 월드컵에는 단 한 차례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더구나 훈련량마저 부족했던 그였기에 물흐르는 듯한 연기를 펼친 손연재와 연기의 질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손연재와 덩썬웨의 점수 차는 예상보다 컸다. 그러나 덩썬웨가 있었기에 이날 경기는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중국을 대표하는 리듬체조 선수로서 품격을 끝까지 잃지 않은 덩썬웨가 있었기에 손연재의 금메달은 더욱 빛났고, 손연재가 있었기에 덩썬웨 역시 어쩌면 자신의 마지막 대회일 수도 있는 이번 아시안게임이 외롭지 않았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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