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코카콜라 사랑은 유별나다. 미국의 어느 참전용사는 “코카콜라를 마시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운다”는 말을 남겼다니 말해서 무엇하랴. 19세기 제국주의 시대 첨병이 선교사였다면 냉전시대 미국 자본주의 전령사, 오늘날 미국식 세계화의 기수는 코카콜라와 맥도날드 햄버거일지 모른다. 소련이 해체되기 전인 1990년 1월 31일 모스크바에 맥도날드 햄버거 가게 1호점이 문을 열었다. 3만명의 모스크바 시민이 가게로 몰려들었다. 햄버거를 처음 맛본 한 시민의 말이 걸작이다. “이곳이야말로 천국의 기쁨을 맛보는 사르트르의 대성당 같은 곳이다.”
과거 소련 등 공산국가는 코카콜라와 맥도날드 햄버거를 미국화의 상징, 자본주의의 복병으로 보고 침투를 막았지만 결국 실패했다. 톡 쏘는 콜라를 곁들인 햄버거를 맛본 공산세계 젊은이들은 서서히 자본주의 물이 들었다. 코카콜라 식민주의를 뜻하는 ‘코카콜리즘’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코카콜라, 맥도날드 햄버거와 닮은꼴이 우리나라의 초코파이였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이 4만6000명의 근로자 간식으로 나눠주던 초코파이가 북한 장마당에서 거래되면서 주민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맛있는 초코파이를 먹으면서 남한의 발전상을 간파하는 주민들이 많아졌을 것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북한은 급기야 지난 5월 초코파이 제공 중단을 요구했고 우리 기업들은 찰떡 파이 등으로 대신 지급하고 있다. 그런 북한이 최근 근로자 간식으로 북한산 ‘봉동과자’를 제공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찰떡 파이도 안심할 수 없었던 것일까. 3대 세습을 위해 주민들의 먹거리까지 단속해야 하는 김정은정권의 처지가 참으로 딱하다. 그렇게 체제 유지에 자신이 없으면 정권을 내놓고 속편히 사는 편이 낫지 않을까.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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