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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의 청초한 품격 백성의 소박한 바람 비치다

입력 : 2014-10-01 20:31:41 수정 : 2014-10-01 20:3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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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조선 청화…’ 전시
국립중앙박물관 기획특별전 ‘조선청화, 푸른빛에 물들다’가 보여주는 청화백자의 첫 인상은 강렬하다. 전시회의 머리에 자리 잡은 청화백자 용준(龍樽)에 그려진 용의 모습이 워낙 강해 파란색이 오히려 뜨겁게 느껴진다. 전시회는 다른 얼굴의 작품들도 보여준다. 문인 취향의 시와 그림을 입은 청화백자의 인상은 한결 부드럽다. 전시회 말미에 이르면 또 하나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민화풍의 까치와 호랑이, 새, 모란 등의 문양에서 장수와 복을 희구한 백성들의 마음을 만나게 된다.

전시회는 조선 왕실 미의식의 정수인 청화백자의 큰 흐름을 살펴본다. 조선 초기부터 후기까지의 전시품에다 중국, 일본의 것까지 합쳐 500여점을 선보인다. 박물관 측은 “국내에서 열리는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청화백자 전시로, 국보와 보물 10점이 포함되어 있다”고 자랑했다. 

조선은 청화백자의 두 번째 생산국이었다. 청화백자 제작기술은 당시로서는 첨단기술이어서 조선은 중국의 기술, 양식을 가져다 독자적인 양식으로 발전시켰다. 구름 속의 용을 무늬로 새긴 용준은 왕실의 잔치 때 꽃이나 술을 담았던 항아리로, 왕실의 예(禮)를 대표하는 것이었다. 또한 범접할 수 없는 권위의 상징이기도 했다. 18세기가 되면 청화백자의 모습은 바뀐다. 왕실이 문인 취향의 선도자이자 후원자가 되었고, 문인풍의 시와 그림이 청화백자를 장식했다. 사군자 계열의 추초문(秋草文), 산수와 인물이 그려졌다. 청화백자 문방구는 선비의 사랑방 풍경을 연상시킨다.

조선 후기에 이르면 그릇의 종류와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향유층이 확산되었음을 보여준다. 만민의 꿈과 바람이 표현되어 장수와 복의 기원을 담는 매개체가 되었다. 이런 흐름과 별개로 왕실은 변함없는 품격의 수준을 보여줬다. 흥선대원군의 사저인 운현궁의 명문 있는 청화백자(사진)가 그렇다. 김영나 관장은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조선청화’가 청화백자를 통칭하는 이름으로 고려청자, 고려불화와 더불어 국내외에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회는 11월16일까지다. 3000∼5000원. (02)2077-9000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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