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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범죄 느는데…증거분석관 '태부족'

입력 : 2014-09-29 20:03:43 수정 : 2014-09-30 08: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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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만1200건… 6년새 4배
전문인력은 전국에 54명 그쳐
“디지털 환경은 급속히 바뀌는데 경찰의 대응능력은 갈수록 뒤처지고 있습니다.”

한 지방경찰청에서 4년째 디지털 증거 분석 업무를 맡고 있는 경찰관 A씨의 하루일과는 그야말로 ‘중노동’이다. 각종 범죄사건 현장에서 수집되거나 고소·고발을 통해 접수되는 PC·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분석하는 A씨는 오전 7시에 출근해 자정이 다 돼서야 퇴근하는 일이 다반사다. 10년 동안 정보기술(IT)업계에서 일했던 A씨는 경찰로의 이직을 후회한 적도 있다.

보통 PC에서 삭제된 데이터를 복원하려면 수백 가지 프로그램을 통해 퍼즐 맞추듯 대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최소 열흘이 소요된다. 이런 작업은 일주일에 1∼2건이 들어온다. 스마트폰 보급이 크게 늘면서 그의 업무 강도는 더욱 높아졌다. 스마트폰 기기는 제조사별로 운영체제나 버전이 다르고, 카카오톡 등 각종 애플리케이션의 기능까지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이 쉽지 않다. 그는 지난해에만 500여건의 디지털 분석을 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현장업무 강화지시에 따라 압수수색 현장에도 나가야만 한다.

A씨는 “전문성이 필요한 이 업무는 최신 동향에 대한 공부도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데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못하다”며 “업무량은 급증하고 있는데 업무 환경은 변화가 없어 사기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날로 지능화되는 범죄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컴퓨터 법의학’으로 불리는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s)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관련 경찰관들의 근무환경은 열악하기만 하다. 과학수사를 강조하는 경찰이 내실을 기하는 데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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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로 접수된 PC와 폐쇄회로(CC)TV, 블랙박스, 스마트폰 등 각종 디지털기기의 증거분석 건수는 2008년 2864건에서 2013년 1만1200건으로 6년간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관련 인력 충원은 저조하다. 업무를 전담하는 디지털 증거분석관은 2008년 30명에서 지난해 54명으로 소폭 늘어났다. 이들의 지난해 1인당 평균 증거분석량은 207건에 달했다.

지역별 편차도 크다. 대구청은 분석관 한 명이 724건의 업무를 처리했고 경기2청과 강원청, 전북청, 경북청 역시 한 명의 인력이 연간 수백건을 분석했다.

한 분석관은 “최소 2교대 근무조차 못하고 휴일도 반납한 분석관들이 많다”며 “하루빨리 현실적인 인력충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웅혁 경찰대 교수(경찰학)는 “지방청뿐만 아니라 일선서 단위까지 디지털증거분석 전담 인력들의 현장 분석과 지원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모바일과 PC업무를 분류하는 등 조직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영탁 기자 oy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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