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의 제품 홍보를 총괄하는 크리스티안 부먼(사진) 이사. 지난 24일(현지시간) 독일 뮌헨 외곽에서 열린 ‘신형 투아렉’ 시승행사에서 만난 그는 한국전력 부지를 인수해 자동차 테마파크 등을 짓겠다는 현대차의 전략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특히 “현대차가 부지를 위해 많은 돈을 썼는데, 우리도 ‘하프 빌리언’(약 5억유로)을 썼다”고 소개하고 “처음에 차 회사가 무슨 테마파크(아우토슈타트)냐는 지적과 우려가 많았지만 이젠 매년 200만명이 찾아온다”고 자랑했다.
그의 말대로 현대차는 제대로 된 선택을 한 것일까. 현대차가 발표한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의 성공 가능성을 가늠해보기 위해 이튿날 독일 북서부 니더작센주의 주도이자 ‘컨벤션의 도시’인 하노버를 거쳐, 볼프스부르크의 아우토슈타트를 찾았다.
폴크스바겐 공장의 석탄·연료 저장소이던 이곳은 2000년 6월 하노버 세계 박람회에 맞춰 세계 최대의 자동차 테마파크가 들어섰다. 1994년 ‘고객에게 새 차를 감동적으로 인도하자’는 목표로 본사와 출고장만 신축하려던 계획은 하노버가 박람회를 유치하자 ‘자동차 테마파크’로 확장됐다. 당시 일부 지역 신문은 ‘폴크스바겐 공장 옆에 UFO가 내린 격’이라며 이질적인 계획을 우려했다. 하지만, 이젠 하노버·볼프스부르크·브라운슈바이크 등 3개 지역에서 자라는 유기농 식품들이 아우토슈타트 13개 레스토랑에서 소비되는 등 주 경제를 이끌고 있다.
아우토슈타트는 이번 주나 다음 주쯤 누적 관람객 3000만명 달성을 앞뒀다. 차량은 하루 평균 400∼500대가 출고되는데, 지난해 16만230대를 포함 총 200만대 이상이 여기서 새 주인을 맞았다. 뮌헨에 사는 아버지의 차를 출고하러 여기저기 흩어진 가족 9명이 각각 이곳을 찾은 토마스 뮐러(47)씨는 “아우토슈타트는 차를 사는 즐거움을 준다”고 말했다.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자리 잡은 아우토슈타트의 랜드마크인 ‘카 타워’. 유리로 된 48m 높이의 카 타워는 고객 인도 장소인 ‘쿤덴센터’와 지하로 연결돼 있다. 폴크스바겐 제공 |
크리스티안 이사는 현대차의 GBC 내 자동차 테마파크 건설 계획에 대해 “현대차는 한때 경쟁 대상조차 아니었지만 지금은 미국 등에서 가장 강력할 라이벌”이라며 “우리는 12개 브랜드가 있지만 현대차는 두 개뿐인데 테마파크 콘텐츠를 뭐로 채울지가 성공 여부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뮌헨·볼프스부르크=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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