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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인도판 이멜다’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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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29 22:11:10 수정 : 2014-09-30 01:4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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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서태후만큼 사치를 생활화한 여성 권력자도 없다. 한 끼에 128가지의 음식을 먹었는데 돈으로 환산하면 백은 100만냥어치였다. 모유는 그가 선호한 건강식이었다. 젊고 아름다운 귀족 여인들이 매일 감시를 받으며 모유를 짜내야 했다. 자기 아기에게 먹일 모유를 서태후에게 진상하는 유모들의 슬픔이 짐작되고도 남는다.

비취 구슬과 진주를 매단 옷이 3000 상자가 넘었으며 하루에도 몇 번씩 갈아입었다. 이 정도면 패리스 힐튼도 울고 갔겠다. 보석에 대한 애착은 병적이었다. 비취 식탁·식기가 아니면 수저를 들지 않았다니 말해서 무엇하랴. 비취 구슬 108개를 이어 만든 서태후 비취 목걸이 ‘제국녹비취조주’가 소더비 경매에 나오면 최소 8억 홍콩달러(약 1100억원)는 받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말한다.

아프리카 빈국 짐바브웨를 34년째 철권통치하는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의 부인 그레이스는 홍콩, 중국 등에 수억달러의 부동산을 갖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10만 홍콩달러짜리 핸드백을 사는 모습이 목격된 쇼핑광이다. 재테크 수단이 남편의 권세였음은 불문가지다. 국민소득 800달러 국가의 대통령 부인이 선진국 정상의 부인보다 더 사치를 일삼으니 나라꼴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필리핀의 독재자 마르코스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는 남편 권력을 악용해 16억달러의 재산을 모아 세계 최고의 여성 갑부라는 말을 들었다. 3000여 켤레의 구두, 508벌의 가운, 427벌의 드레스, 71개의 선글라스···. 마르코스를 축출한 뒤 말라카냥궁에 입성한 민주화 시위대는 이멜다의 사치 행각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멜다의 해명이 가관이었다. “궁핍한 필리핀 빈민들은 숭배할 수 있는 스타를 원하며 나는 이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아름다워야 할 의무가 있다.”

자야람 자얄랄리타 인도 타밀나두주 총리가 사치스러운 사생활과 부패 의혹으로 엊그제 유죄 선고를 받고 직위를 박탈당한 뒤 수감됐다. 인기 영화배우 출신인 그는 재임 5년간 6억루피(약 102억원) 이상을 부정 축재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 압수수색 때 명품 신발 750켤레, 옷 1만벌이 발견돼 ‘인도판 이멜다’로 불렸다. 구순을 바라보는 이멜다가 마닐라에서 이 소식을 들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아직도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그이니 자신의 닮은꼴인 자얄랄리타를 두둔하지 않았을까.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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