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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보자' 유연석, 선·악역을 자유롭게 오가는 배우

입력 : 2014-09-29 15:36:08 수정 : 2014-09-29 15:5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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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의 무명 생활을 딛고 ‘스타덤’에 오른 배우 유연석(30). 지난해 우리 대중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 출연 이후 많은 것들이 달라졌지만, 정작 본인은 “달라질 게 없다”고 말한다.

유연석은 10년 전에도, 10년이 지난 지금도 배우로서 늘 같은 자리에 있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말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응사’ 이후 그를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기대도 달라졌다는 거다. 요즘에는 tvN 배낭여행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라오스 편’ 출연으로 주가가 더 올랐다.

재미있는 점은, ‘응사’로 대중의 관심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에 그가 선택한 작품이 영화 ‘제보자’(감독 임순례)라는 것. ‘응사’에서의 순수한 매력덩어리 ‘칠봉이’를 벗어던지고, 어쩌면 칙칙하리만치 무거운 ‘심민호’ 캐릭터로 빨리도 갈아탔다.

심민호는 영화에 실마리를 던져주는 ‘제보자’로, 아픈 딸을 두고 있는 아빠이자 남편이다. 캐릭터의 어떤 매력이 유연석의 마음을 움직였을지 궁금했다.

“드라마가 끝나고 많은 분들이 좋은 작품을 권해주셨어요. 그런데 당시 저는 ‘응사’와 다른 모습 찾고 싶었나 봐요. 그런 면에서 ‘제보자’의 민호는 철봉이와는 상반된 이미지여서 관심이 갔죠. 민호의 성격이 ‘좀 답답하다’고 느끼시는 분도 분명 있으실 거예요. 그런데 그 답답함마저도 그 인물을 표현하는 데 필요했다고 생각해요. 민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을 겉으로 표현하고 말하고 싶어 하지만, 여러 상황들이 그럴 수 없게 만들죠. 그런 사실 외에 별다른 감정을 덧붙일 필요는 없었어요. 오히려 덤덤하게 표현하려고 했죠. 다만 윤민철 PD(박해일 분)와 대립하는 장면이나 아픈 딸 때문에 절규하는 장면에서는 감정을 극대화하고 싶었어요.”

‘제보자’는 2005년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한 줄기세포 스캔들을 담은 영화. “국익과 진실 중에 당신은 무엇이 우선입니까?”라고 묻고 있는 이 영화에서 그가 연기한 심민호는 진실을 위해 자신과 가족의 희생까지 마다하지 않는 인물이다.

“영화를 찍으며 스스로한테 질문을 많이 해봤어요. 그동안 진실 앞에 당당했나? 그런데 그러려고 노력은 한 것 같아요. 저 역시 (인생에 있어) 기본적인 원칙을 세워놓고, 스스로 냉철하게 판단하려고 하거든요. 심민호에 비해서는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그는 모든 걸 다 포기하면서까지 진실을 추구하거든요.”

그런 면에 있어 심민호란 인물이 너무 이상적으로 그려진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생명윤리’의 가치를 언급했다. 배우로서 시나리오에 적힌 대사와 행동뿐 아니라, 캐릭터에 깊숙이 다가갈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다.

“심민호는 의학도로서 생명윤리에 관한 신념을 굉장히 엄격하게 지키려고 애쓰는 인물이에요. 과학도로서 과학발전을 위한 실험을 하고 싶었지만, 이 박사의 실험은 생명윤리에 어긋난 것이라는 걸 깨닫고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뛰쳐나오죠. 그렇기 때문에 ‘제보의 이유’ 자체가 따로 필요 없었을지 몰라요. 그가 제보한 이유는 돈도, 명예 때문도 아니었죠. 아픈 딸과 가족이 유일한 걸림돌이었지만, 그런 가족을 위해 떳떳해지고 싶은 마음도 컸을 거예요.”

2003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로 데뷔한 그는 10여년간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을 넘나들며 꾸준한 연기활동을 해왔다. 무명까지는 아니지만, ‘응사’ 출연할 때까지 대중에게 매력을 크게 어필하지는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선해 보이는 부드러운 인상은 영화 캐스팅에 걸림돌이 될 때도 많았다.

“진짜 딱 10년만 버텨보자고 했어요. (무명생활)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죠. 힘든 순간이 있었고. 정해진 길이나 승진도 없는 일이잖아요. 정말 다른 걸 바라고 했다면 못 버텼을 거예요. 이 일이 좋아서 시작했고 노력한 거죠. 제 얼굴에 불만을 가진 적도 물론 있어요. 그런다고 제 얼굴을 바꿀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악역을 맡거나 이미지 변신을 갈망한 적도 있었죠. 영화 ‘건축학개론’과 ‘늑대소년’에서 악역을 맡으면서 관객들이 이제는 그런 모습도 친숙해해주시는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칠봉이를 좋아해주셨지만, 다른 역할로 갈아타는 데에도 망설여지지 않는 건 그 덕분이죠. 그게 아니었다면 쉽지 않았을 거예요.”

실제 유연석의 모습은 어떨까. 유연석은 ‘꽃보다 청춘’에서의 모습이 ‘순도 100%’ 자신의 모습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냥 시간을 보내는 건 아까워서 뭐든 하는 성격이에요. 제게 주어진 시간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찾죠. 꼼꼼한 성격에다, ‘완벽주의자’ 같은 면이 있다고 할까요. 모든 일에 최대한 완벽을 기하려고 해요. 이런 성격이 피곤할 때도 분명히 있어요.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평생 좋아하는 것들을 하고 살면,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견뎌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유연석은 몇 해 전부터 사진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오래된 카메라를 사서 개조하고, 피사체를 발견하면 꼭 찍어야 직성이 풀린단다. ‘꽃보다 청춘’ 촬영 당시 너무 갑자기 불려가서 카메라를 미처 챙기지 못한 게 평생의 한이 됐다고 말하는 그다. 사진에 취미를 갖게 된 건, 군대 시절 50년 된 수동카메라를 쥐어주며 “취미를 가져보라”는 아버지의 권유 덕분이었다.

“제 나이 또래들과 실제 고민하는 것들을 공유하고 함께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지금 아니면 표현하기 어려운 작품이나 배역을 꿈꾸죠. 그렇다고 캐릭터의 나이를 정해놓고 작품을 고르고 싶지는 않아요.(웃음) 뭐든 한 가지를 정해놓는 건 안 좋은 것 같아요. 제 안에는 ‘응사’ 속 칠봉이 같은 면도, ‘제보자’ 속 민호 같은 면도 있는 거겠죠. 앞으로도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릴게요.”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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