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로 찍혀 왕따 여전 국내 굴지의 A기업은 실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 계열사를 중간유통 단계에 넣고 수십억원의 유통마진을 챙겨주다가 적발됐다. 이 계열사 대주주인 총수 일가의 배를 불려주기 위해 ‘통행세’라는 명목의 관행을 저지르다 외부에 발각된 것이다. A기업은 지난 4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7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 내용을 처음 신고한 제보자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라 2억여원의 보상금을 받을 예정이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의 빛과 그림자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시행된 지 30일로 3년째를 맞는다. 이 법은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신고한 사람을 보호하고 지원함으로써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 풍토를 확립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1년 제정됐다. 공익신고자의 인적사항 공개를 금지하고, 공익신고를 이유로 신고자에게 불이익 조치를 내릴 경우 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게 골자다.
세계일보가 28일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입수한 공익신고 접수 및 처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시행 첫해 292건에 불과했던 공익신고가 올해는 벌써 5300건(지난 12일 기준)을 돌파할 정도로 급증했다.
공익신고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과태료, 과징금, 벌금 등의 수입이 발생한 475건에 대해서는 3억979만원의 신고보상금이 지급됐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감독기관의 노력만으로는 통제하기에 한계가 있는 일선 현장의 부패·비리 등을 제보를 통해 적발할 수 있도록 해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범죄 예방에도 상당 부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B씨처럼 여전히 우리 사회 다른 한쪽에서는 ‘내부고발자’로 낙인찍혀 따돌림을 당하고, 해고 등 신분상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가 되풀이되고 있다. B씨는 현행 법령상 불리한 행정처분을 감면받을 근거 조항이 없어 보호받지 못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의 사각지대는 행정처분뿐이 아니다. 차명계좌를 이용한 기업의 비자금, 비위생적인 학교급식 현장을 신고하더라도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 없다. 애초에 법 적용 대상이 180개 법률로 제한돼 공익제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형법상 배임이나 횡령, 사립학교법 위반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손질해야 하지만 법개정은 ‘지지부진’
전문가들은 공익신고자 보호법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행법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보호장치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익제보자를 지원하는 시민단체 호루라기재단의 이지문 상임이사는 통화에서 “법을 만들 때부터 문제를 제기했는데 전체 법률의 15% 정도만 보호대상에 들어가고, 정부기관이 아닌 언론에 제보하면 보호받지 못하는 것은 국가편의주의적 발상”이라며 “공익제보자가 합리적인 보호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 내부에서 승진 가산점을 주는 등 혜택을 확대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반부패정책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사회 전반에 내부고발자는 배신자, 고자질쟁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돼 있다”며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강력한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3년 전 법 제정을 주도한 국민권익위도 제도 운영의 한계를 인식하고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권익위는 공익신고자 보호법 대상 법률을 280개로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지난해 9월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1년째 국회 정무위에 계류 중이다.
박세준·이도형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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