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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회장, 80대는 나이 많아 안 된다?

입력 : 2014-09-22 20:26:32 수정 : 2014-09-23 07:3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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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회계처리 고령은 무리” 노인회 대구 수성구지회 불허
“주로 80∼90대 이용… 이해 안 돼”
“일흔 일곱은 되고 여든은 안 되고 뭐 이런 융통성 없는 경우가 다 있소.”

대구 수성구 만촌동 소재 한 아파트 경로당.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 이곳에 최근 비상이 걸렸다. 최근까지 회장을 맡았던 A(77) 어르신이 ‘일이 너무 힘들다’는 이유로 사의를 표명해서다.

22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경로당은 노인복지법상 노인여가복지시설이다. 이 같은 복지시설은 시설장이 있어야 하며, 시설장이 없으면 매월 지자체에서 지급되는 보조금과 냉·난방비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수성구 소재 경로당은 월 16만원의 보조금과 규모·인원 등에 따라 연 250만∼390만원의 냉·난방비를 지원받는다. 이 경로당도 월 40여만원의 지원금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3월까지 4년의 임기를 마쳤던 B(80·여) 어르신이 재임 의사를 나타냈지만, 이 경로당의 운영·관리 등을 담당하고 있는 대한노인회 수성구지회로부터 거절당했다. 80세 이상에게는 회장을 맡길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수성구지회의 한 관계자는 “규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회장이 보조금이나 냉·난방비에 대한 회계처리를 해야 하는데, 80세 이상의 어르신들이 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정해놓은 것”이라며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경로당에 등록된 회원 29명 중 A 어르신을 제외하고는 만 80세 미만이 한 명도 없다. 결국 A 어르신이 임기를 이어가거나 이달 말까지 아파트 내에서 80세 미만의 회원을 신규로 영입해 회장을 맡기지 않는 이상 다음달부터는 보조금과 냉난방비를 지원받을 수 없게 된다. 최악의 경우 폐쇄까지도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수성구지회는 “이달 말까지 회장을 뽑아야 한다”는 말만 반복할 뿐 뾰족한 대책을 내놓고 못하는 상황이다.

경로당의 한 어르신(83·여)은 “경로당은 65세부터 들어올 수 있지만 보통 75세 밑으로는 잘 오지 않고 대부분이 80대다. 우리 경로당의 경우 90대도 10명이 넘는다”며 “눈도 잘 안 보이는 노인들한테 통장 관리를 맡기는 건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굳이 회장이 있어야 하고 회장이 없으면 돈을 못 준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보조금 지원주체인 수성구의 한 관계자는 “복지시설이기 때문에 시설장의 사업자등록이 되고 우리도 그 통장으로 돈을 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깝지만 지원을 하려다 보니 이런 절차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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