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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도 못 말린 눈물겨운 모정

입력 : 2014-09-20 00:07:08 수정 : 2014-09-20 00: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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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이름조차 기억 못하면서 출산한 딸에게 미역국 먹이려
보따리 싸들고 나섰다 길 잃어 경찰 도움으로 입원병원 찾아
치매에 걸린 엄마의 보따리에는 출산한 딸에게 먹일 미역국 등 음식이 가득했다. 엄마는 딸에게 준다며 바리바리 싸들고 거리를 나섰다. 그러나 병원 가는 길을 찾지 못해 서성이다 울고 있었다.

이런 치매 할머니의 짠한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날 부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2시쯤 서구 아미지구대에 할머니가 보따리 두 개를 양 손에 들고 동네를 서성인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할머니는 경관을 따라 지구대에 들어와서도 울기만 했다. “딸이 아기를 낳고 병원에 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경관이 잇따라 물어도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할머니는 치매 환자였다.

멀리서 온 것 같지는 않았다. 경찰은 수소문 끝에 부근 동네에 할머니를 아는 이웃을 찾았다. 딸이 입원한 병원 이름도 알아냈다. 경찰은 6시간 만인 오후 8시쯤 딸이 입원한 부산진구의 한 병원으로 할머니를 모셔갈 수 있었다.

병원에 도착한 할머니는 딸을 보자 보따리를 풀어보였다. 보따리 안에는 출산한 딸에게 먹일 미역국과 나물반찬, 밥 한공기, 아기 이불 등이 싸여 있었다.

부산경찰은 지난 17일 ‘치매를 앓는 엄마가 놓지 않았던 기억 하나’라는 제목으로 SNS에 올렸다.

‘치매 엄마의 보따리 안에는’을 접한 네티즌들은 “치매 엄마의 보따리 안에는, 대단한 모성이다”, “치매 엄마의 보따리 안에는…, 애잔한 감동을 준다”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s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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