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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19금엔 맥주가 '好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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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19 14:00:00 수정 : 2014-09-24 14: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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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금요일(불금), 많은 직장인들이 호프집이나 가정에서 시원한 맥주를 들이키며 한 주간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곤 한다. 한 편의점 매출분석 자료에 따르면 일주일 매출 중 금요일의 매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금요일에 잘 팔리는 품목은 맥주 등의 술과 냉동간편식·라면과 같은 야식 안주거리가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면 맥주의 원료는 무엇일까. 업계에 따르면 맥주는 맥아로 만들고 맥아엔 지방성분이 함유돼 있으며, 맥주병 속엔 용존산소가 용해돼 있다. 그래서 맥주가 고온에 노출되면 지방과 산소가 산화반응을 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맥주 속에 있던 알데하이드 성분이 증가한다. 이 성분은 맥주향을 내는데 필수적인 요소로 인체인 무해하다. 이게 소량일 때는 향긋한 맥주향을 내지만 일정 수준 이상으로 증가할 경우 민감한 사람은 이상한 냄새라고 느낄 수도 있다.

◆ 맥주향 강하면 '이취' 느껴질 수도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소비자들이 오비맥주의 카스에서 이취가 난다고 느꼈던 건 무더운 여름 날씨에 맥주가 산화반응을 일으켜 이 성분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맥주향이 너무 강해 소독약 냄새처럼 느꼈던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 보다 사실이 아닌데도 마치 사실처럼 퍼져 나간 악성루머는 아직도 ‘주홍글씨’처럼 남아 소비자들에게 각인되어 있다. 오비맥주가 일부 유통 과정에서 냉장 보관을 소홀히 했을 수는 있지만, 이 루머의 내용은 카스에 마치 ‘독약’이라도 들어있다는 듯한 느낌이었다.

일부 소비자들의 불만 제기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개월간 조사에 들어갔고, 얼마 전 “제조상 문제는 아니고 고온의 날씨 탓에 유통 과정에서 생긴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렇지만 조사 기간 내내 ‘가임기 여성은 무조건 카스를 마시지 마라’, ‘소독약을 못 헹궜다’는 식의 루머가 ‘국민메신저’ 카카오톡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확산되자 오비맥주는 지난달 6일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 악성루머, '주홍글씨'처럼 남는다

그로부터 1개월여가 흐른 뒤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이 오비맥주에 대한 악성 게시글의 진원지를 추적한 결과 오비맥주의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의 직원이 이번 사안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결국 지난 3일 경찰이 오비맥주의 경쟁 업체인 하이트진로 서울 본사와 대전 대리점에 대해 압수 수색까지 했다.

이에 하이트진로 측은 “직원 한 명이 모바일 메신저에 과장된 내용을 얘기한 사실을 파악해 경찰에 자진 출석시켰다”며 “오비맥주는 품질 관리에 힘쓰고 더 이상 불필요한 법적 논란을 야기하지 말라”는 식의 오비맥주를 비판하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왼쪽부터 롯데주류 '클라우드', 오비맥주 '카스', 하이트진로 '뉴 하이트'. 사진=각사 제공

한편, 소비자들의 불신이 확산되면서 오비맥주 점유율은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 3~5%p, 도매점 역시 10%p 안팎 줄어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실제 저녁 회식차 식당에 가면 ‘카스’가 없는 곳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오비맥주 측이 정확한 출고량이나 판매량을 밝히지 않고 있긴 하지만, 장인수 대표는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카스 소독약 냄새 논란 후 체중이 2kg 정도 줄었다”며 “카스 점유율도 그 정도 준 것 같다”는 표현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 하이트·롯데, '카스 논란'으로 반사반익?

오비맥주의 대표적인 경쟁사인 하이트진로는 지난 2012년 맥주 시장 1위 자리를 오비맥주에 내준 뒤 아직까지 이렇다 할 반격의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현재 오비맥주가 전체 맥주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하이트의 점유율은 30% 초반 가량 것으로 알려졌다.

주력 제품인 하이트를 대대적으로 리뉴얼하고 ‘d’·‘맥스’와 같은 브랜드를 키우는데 집중했지만, 이 역시도 아직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소독약 냄새보다 더 지독한 '경쟁사 비방'

맥주 애호가 A씨(41)는 “사실 요즘 맥주 소비자들의 새로운 관심사는 오비나 하이트가 아니다”라며 “중장년층 사이에선 이젠 롯데의 클라우드”라고 전했다.

결국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는 카스맥주 소독약 냄새 소문으로 신경전을 벌이다 롯데주류에 일정부분의 시장을 내주는 ‘어부지리’의 아픔을 맛본 셈이다.

1등만 기억하는 세상. 매출도 늘고 외형도 커졌지만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상대를 무너뜨리고 왕좌에 오르기 위해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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