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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별’ 지구를 살리자] 살기위해 농업 선택…생존 위협받는 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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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17 20:59:19 수정 : 2014-09-18 07: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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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이족 기후변화로 초지 줄자 유목 접고 농사 뛰어들어
전통인 목축도 풀없어 정착생활
훼손 되는 숲… 농지 찾아 발길, 환경파괴 속출
광활한 아프리카의 초원을 호령하며 소떼를 몰며 살아가는 마사이족. 그들은 태초에 신으로부터 소를 소유할 권리를 부여받았다고 믿었다. 속칭 ‘마사이 워킹’이라 불리는 지치지 않는 걸음걸이로 마사이족은 가축, 특히 소를 키우며 유목생활을 했다. 물을 발견하면 소떼를 먼저 먹일 장도로 소에 대한 애정이 유별나다. 마사이족은 신이 내려준 신성한 땅에 흠집 내는 일을 하지 않기에 절대 농사를 짓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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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이족 닉슨 사바야가 저장고에서 말라 비틀어진 옥수수를 한 움큼 집어 보이며 “기후 변화란 용어는 잘 몰라도 가뭄이 10년 단위로 오다가 4, 2년 단위로 짧아지고 있어 마사이족들도 뭔가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프리카에 불어닥친 기후 변화는 마사이족의 오랜 전통마저 바꿔놓았다. 농경 부족을 멸시했던 마사이족이 농사에 뛰어들어 이제는 대부분의 마사이족이 농업과 목축을 병행하고 있다.

그렇지만 기후 변화가 계속되면서 농사에 연이어 실패한 일부 마사이족은 물과 먹을 것을 찾아 야생동물 보호구역인 마사이마라 국립공원까지 침범하고 있다. 문제는 야생동물과의 접촉이 불가피해지면서 에볼라 바이러스처럼 새로운 전염병에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용맹함을 앞세워 식민지시대에 노예무역을 극복했던 마사이족이 이제는 기후 변화로 인한 식량난에 내몰리고 있다.

◆농부로 변신한 마사이족, 기후 변화에 맥 못 춰


지난 8월28일 만난 마사이족 닉슨 사바야(53)는 두 명의 부인에게서 낳은 6명의 자녀와 함께 케냐 남서부에 위치한 나록 카운티의 오로루룽가에 살고 있었다. 이곳에서 태어난 그는 여느 마사이족처럼 어릴 때부터 목축을 하면서 살았다. 그러나 지속적인 가뭄으로 소와 양에게 먹일 풀이 점차 사라지자 목축으로는 가족의 생계를 꾸리기가 어려워졌다. 주변을 돌아보니 감자나 밀을 재배해 파는 사람들이 돈을 버는 것 같았다. 사바야는 약 30년 전부터 초지를 옥토로 바꿔 옥수수와 밀, 콩 등을 키우는 농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이동하며 살던 마사이족이 정착하게 된 것은 굉장한 문화적 충격이었다”면서 “원래 아무데서나 풀을 먹였는데 이제는 내 땅, 내 농장이라는 개념이 생겼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니쿠쿠 나록 카운티의 농업분야 대표는 “동물을 사랑하는 마사이족이 목축을 버리고 농업으로 옮겨가며 느끼는 심리적 갈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농사도 불규칙한 날씨로 고전하고 있다. 마사이족을 만나러 가는 길가에는 온통 작황을 망친 옥수수 밭이었다. 쉠 시쿠쿠 나록 남부 서브카운티 농업 담당자는 “1에이커(4047㎡)에서 곡식을 수확하면 보통 90㎏짜리 가마니 35개가 나왔는데 지금은 18개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사바야도 올해 밀과 옥수수 농사를 망쳤다. 아예 집 뒤쪽의 밭은 추수를 포기하고 가축에게 줘버렸다. 그는 저장고에서 까맣게 말라 비틀어진 옥수수를 한 움큼 집어 보이며 “기후 변화란 용어는 잘 몰라도 가뭄이 10년 단위로 오다가 4, 2년 단위로 짧아지고 있어 마사이족들도 뭔가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처럼 농사를 망치면 가축을 팔아야 하는데 잘 먹이지 못한 소는 가격을 많이 쳐주지 않는다. 과거 2만케냐실링(한화 24만원) 하던 소값이 1만케냐실링으로 떨어졌다.

인터뷰 내내 아빠 옆을 맴돈 두 딸 키세리안(6)과 나세로니(4)는 어려운 살림살이를 반영하듯 때가 많이 타고 찢어진 옷을 입고 있었다. 마사이 가족은 취재진이 가져간 과자를 귀하게 나눠 먹었다.

◆인간과 야생동물이 생존경쟁 돌입


마사이족이 고지대까지 침범해 감자와 보리, 밀을 재배하면서 다른 부족과 갈등을 빚고 있다. 케냐 전체 인구의 10%를 차지하는 농경부족 칼린진은 마사이 부족들이 농사를 짓는 것에 불만이 많다. 케냐에서는 물과 초지를 둘러싼 부족 간 갈등으로 충돌이 생겨 여러 명이 사망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마사이 사람들은 이제 물과 풀을 찾아 숲으로 들어가고 있다. 마사이뿐만 아니라 칼린진 등 다른 농경부족도 농사 지을 땅을 찾아 숲으로 들어간다. 물과 먹이가 부족하자 코끼리 등 야생동물이 사람이 사는 데까지 내려오는 등 기후 변화로 야생동물과 인간·가축이 부족한 자원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페이스 조키가차치 나록 카운티 직원은 “마사이마라 국립공원 쪽으로 가축들이 이동하면서 야생동물이 병을 옮기고 그게 인간에게 옮겨지기도 한다”면서 “야생동물에게서 옮은 바이러스가 가축이 새끼를 낳을 때 태반을 통해 풀에 전염되는 악성카타르열과 같은 질병이 꾸준히 문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간의 훼손으로 케냐의 숲은 1960년대 국토의 12%에서 지금은 절반인 6%로 줄어들었다. 나록 카운티의 스티븐 매리키 환경과 천연자원 관리담당 직원은 “기후 변화로 농사를 망치는 상황이라 숲으로 침범해 들어가 농업을 하는 사람들을 다시 나오라고 설득하기 어렵다”면서 “비 오는 양상이 바뀌지 않는 한 숲의 파괴를 막을 방법은 없다”고 우려했다.

나록(케냐) 글·사진=윤지희 기자 phh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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