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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검시 리포트] 억울한 죽음 묻히는 검시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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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15 19:22:23 수정 : 2015-01-20 19:3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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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는 몸으로 말하는데…
현장에 검사도 법의학자도 없다
77세 A할머니는 지난해 10월 울산 자택에서 사망했다. 가족은 상조회사 직원을 불렀고, 장례식장으로 옮겨진 시신은 일반의사가 검안했다. 사인은 ‘심폐정지(노환 추정).’ 할머니의 죽음은 흔한 노인 사망으로 치부돼 경찰에 신고되지 않았다. 상황은 발인 2시간을 남겨두고 급변했다. 할머니가 사망하기 이틀 전 딸 B(49)와 싸운 것을 의심한 가족이 고민 끝에 경찰에 변사 신고를 한 것이다. 모녀는 평소에도 다퉜다. 이틀 전 B의 언니는 어머니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는데 B는 경찰에서 “화가 나서 뺨을 3대 때렸다”고 진술했었다. 부검 결과 할머니는 양쪽갈비뼈와 골반이 부러지고 내부 출혈이 나타나 저혈량성 쇼크로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가족이 신고하지 않았다면 사망의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단순 병사로 묻혔을 A 할머니 죽음에는 한국 검시제도 문제점이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검시대상을 법으로 정하지 않고 검사의 판단에 맡겨두고, 법의학자가 적어 전문 지식 없는 일반의사가 검안하는 일이 많은 한국에서는 억울한 죽음이 언제라도 생길 수 있다.

◆“검시, 법치(法治) 아닌 인치(人治)”


시체 외부와 발견현장을 조사하는 검안을 한 뒤 추가로 시체를 해부해 살피는 부검이 필요할지 결정하는 건 검사다. 그러나 정작 검사 대부분에겐 시체 상태를 살필 법의학 전문성이 없다.

외국은 다르다. 일차적인 판단을 법의관이 하거나 반드시 검시해야 하는 죽음의 종류를 구체적으로 20여개씩 아예 못 박아 놓은 경우가 많다. 채종민 경북대 교수(법의학교실)는 “한국의 검시제도는 법치가 아니라 인치”라고 말했다.

변사 통계도 제각각이다. 경찰과 해경에서 발생하는 모든 변사사건을 지휘하는 검찰의 변사자 통계는 경찰·해경 변사자 통계와 일치하지 않는다. 대검찰청이 집계한 2012년 변사자는 3만766명이다. 같은 기간 경찰과 해경의 변사자는 3만2854명이다. 2000여명 차이가 난다.

검·경은 “통계를 뽑는 기준 차이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처음에는 변사였으나 나중에 병사나 노쇠사로 밝혀진 것은 제외했다”고 말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경찰에서 처음에 변사라고 올라오는 사건은 모두 포함한 통계”라고 말했다.

◆검사도 없고 법의학자도 없는 변사현장

누군가 변을 당해 숨진 현장에는 검시 지휘권을 가진 검사도 없고, 검시 전문성이 있는 법의학자도 없다. 유병언 청해진해운 회장이 변사체로 발견된 지난 6월12일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한 매실밭에도 법의학자는 없었다.

유 회장의 시신은 발견 다음날 부검을 위해 옮겨졌을 때 처음으로 법의학자 앞에 놓였다. 결과적으로 변사체가 유 회장인 것을 확인하는 데 40여일이나 걸렸고, 그 사이 수사력이 낭비됐다. 유 회장의 사인은 끝내 알 수 없게 됐다.

검사의 직접 검시율은 지난해 4.1%에 불과했다. 초동수사 격인 현장검안은 거의 경찰이 검사를 대행한다. 현장에 나가는 경찰도 법의학 전문성은 없다. 변사체 대부분은 일반 의사가 검안한다. 법의학자가 검안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전국 법의학자는 50여명이다. 범죄 연관성이 뚜렷한 부검 요청을 감당하기도 벅찬 숫자라 현장 출동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유 회장 시신은 부패 정도가 심해 법의학자라도 신원과 사인을 밝히는 데 한계가 있었을 테지만 법의학자가 발견 초기 현장에 있었더라면 사인 규명에 필요한 증거수집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게 법의학계 의견이다. 

◆무연고 사망자 30% 사인 ‘미상’

허술한 검시제도 때문에 불명확하게 처리되는 죽음은 흔하다. 무연고 사망자가 대표적이다.

노숙인이나 혼자 사는 사람이 대부분인 무연고자가 죽으면 거의 경찰에 변사체로 신고된다. 그러면 경찰이 현장에 나가 시체를 병원에 옮겨서 법의학 지식이 없는 일반 의사가 검안하는 것이 통상 절차다. 전남 순천 매실밭에서 발견된 유 회장 변사체도 이 절차를 거쳤다. 무연고자 시신은 경찰 신원 확인을 거쳐 범죄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부검 없이 화장(火葬)된다. 유 회장의 경우 신원 확인 과정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확보하고 있던 DNA 대조를 통해 신분이 밝혀졌다.

취재팀이 서울 시내 25개 구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에서 사망한 무연고 사망 1181건 중 394건(33.4%)이 ‘사인미상’으로 처리됐다. 이들의 검시에는 법의학자가 관여하지 않았다. 어쩌면 망자가 시신으로 하는 증언을 그냥 지나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설령 나중에 타살 가능성이 제기돼도 이미 화장한 후라 수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많은 변사가 법의학 전문가 확인없이 함부로 처리된다. 검시 관련 법령이 없어 법의관이 현장에 가려 해도 갈 수 없다. 사인의 진실이 묻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나라는 1년에 25만명 정도 사망한다. 병원에서 15만명 정도 죽고 나머지 10만명은 병원이 아닌 곳에서 사망한다. 이게 변사다. 그런데 이 10만명의 죽음을 ‘제대로 다루라’는 법령은 하나도 없다. 사건 현장에 경찰이 달려가 전공과 무관하게 아무 의사나 불러 간단한 의견을 청취한 다음 검사에게 보고하고 판사가 부검 영장을 발부한다. 이런 코미디가 어디 있나.” 한 인터뷰에서 토로한 정희선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의 개탄이다.

특별기획취재팀=박성준·김수미·오현태 기자 specials@segye.com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정정 및 반론]

지난 5월 25일 이후 기독교복음침례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보도에 대하여, 유 전 회장이 밀항이나 정치적 망명을 시도하거나 정관계 로비나 비호를 받은 사실이 없으며, 금수원 내에는 지하터널이나 지하벙커가 없음이 검찰 수사 결과 확인되어 이를 바로 잡습니다.

또한, 유병언 전 회장은 청해진해운으로부터 4대보험이나 국민연금을 받은 사실이 없으므로 청해진해운 회장이라고 할 수 없으며, 유 전 회장이 세월호 내부 증개축을 지시한 사실이 없으며, 유 전 회장의 세모그룹은 1997년 부도 당시 적법한 절차에 따라 법정 관리를 받았으며, 김혜경 씨 등 특정 개인이 유 전 회장의 비자금을 관리한 사실이 없으며, 경기도 안성, 경북청송 제주도, 경북 봉화, 울릉도 등의 영농조합들은 유 전 회장 소유가 아닌 해당 조합원들의 소유이며, 유 전 회장은 ‘김혜경이 배신하면 구원파는 모두 망한다’는 발언을 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왔습니다.

그리고 국과수를 통해 유 전 회장의 사망 시점이 확인됨에 따라서 기독교복음침례회에서 유 전 회장의 도피를 조직적으로 도왔거나 ‘김엄마’와 ‘신엄마’가 도피 총괄 지휘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와 이를 확인하였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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