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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앞에서 자작 환영곡 부를 줄은 몰랐죠”

입력 : 2014-09-02 20:57:16 수정 : 2014-09-02 20:5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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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환영곡’ 낸 이용현 신부 “음악 하시는 어머니를 돕기 위해 음표를 그리게 됐는데, 교황님을 위한 곡까지 쓰게 될 줄은 몰랐어요.”

‘프란치스코 교황 환영곡(The Celebrate Song for Pope Francis)’을 쓰고 음반까지 내놓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성령쇄신봉사회 이용현 신부(45)는 감격이 채 가시지 않은 듯했다.

“프란치스코, 프란치스코/온 세상 정의와 평화의 수호자/프란치스코, 프란치스코/힘없고 가난한 이들의 위로자….”

이 ‘환영곡’은 지난 8월15일 교황이 아시아청년들과의 만남을 위해 충남 당진 솔뫼성지를 방문했을 때 전 신자가 합창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노래가 속도감과 웅장함, 누구라도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단순한 멜로디로 구성돼 장내를 밝고 활기차게 바꿔놓았다. 교황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교황은 노래를 들으며 마치 박자라도 맞추듯 제대를 향해 걸어갔다. 천주교 대전교구 소속 성가대가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부른 이 노래는 퇴장할 때도 다시 흘러나와 일반인에게도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교황은 노래가 만족스러웠는지 행사장을 떠나며 성가대를 향해 엄지를 세워 보였다. 

프란치스코 교황 앞에서 환영곡을 부르는 이신부.
“저도 성가대 옆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그 순간 정말 가슴이 벅찼습니다.”

이 곡이 대회 측의 요청에 의해서 쓰여진 것은 아니었다. 이 신부는 지난해 브라질 아파레시다 성모성지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했다가 우연히 성지 내에 울려 퍼졌던 브라질에서 만든 ‘교황 환영곡’을 들었다. 순간, 우리나라도 교황 방한에 맞춰 환영곡을 하나 만들어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어느 날 무작정 곡을 써 놓았다. 몇몇 사람들이 음악을 듣고 좋다고 해서 페이스북, SNS 등을 통해 계속 홍보를 했다. 그런데 갑자기 대회 10일 전 대회 측으로부터 “교황 환영곡’을 사용할 수 있느냐” “와서 함께 노래를 불러줄 수 있느냐”는 문의가 온 것이었다.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 성당에서 만난 이용현 신부는 “함께 부르는 노래는 기교보다는 어우러짐을 통해 하느님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준비한 것이 적중했을 때의 기쁨이 얼마나 큰 지 그때 처음으로 느꼈어요.”

신학교 때부터 곡을 쓰기 시작한 이 신부는 25년 동안 1000곡이 넘는 성가곡을 작곡했다. 지금도 일주일에 두세 곡을 만들고 있다. 그가 악보와 가까워진 배경은 어머니를 돕기 위해서였다. 모친은 클래식 기타 선생님이었고, 집은 기타 학원이었다. 모친이 악보를 인쇄할 때면 복사기가 오래된 탓에 흐리게 나왔다. 이 음표를 진하게 그려주는 것이 어린 자신의 몫이었다. 그때 악보와 친숙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곡을 쓰는 일까지 이어진 것이다. 1995년 ‘제4회 바오로딸 창작성가 공모전’에서 ‘늘 그렇게’로 대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이 노래를 1997년 사제서품을 앞두고 지금은 고인이 된 김수환 추기경 앞에서 부른 적이 있다. 면담 자리였는데, 자기소개서에 특기가 작곡이라 적혀있는 걸 보고 김 추기경이 본인이 만든 노래를 하나 불러보라고 주문한 것. 노래를 무반주로 부르자 추기경이 다 듣고는 “하나님이 주신 좋은 능력을 주님을 위해, 교회를 위해 봉헌하기 바란다”며 면담을 통과시켰다.

“유언처럼 주신 그 말씀에 힘입어 제가 지금까지 노래를 만들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피아노, 기타, 색소폰, 드럼 등 23종의 악기를 연주하는 이 신부는 가톨릭 생활성가 공동체 ‘더 프리젠트(The Present)’도 이끌고 있다. 평신도 프로음악가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생활성가의 보급과 음악을 통한 자선 활동, 문화 복음화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더 프리젠트’는 7개의 정규 앨범을 냈으며 이번에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에 맞춰 미니음반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교황 방한 주제곡 ‘일어나 비추어라(이사60, 1) 1, 2’와 ‘교황 환영곡’ 등 5곡이 수록돼 있다.

“생활성가는 신자가 아니어도 듣기가 편하잖아요. 노래를 통해 사람들이 삶의 본질을 깨닫는 데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이 신부는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사회에 일익을 담당해야 한다는 자세로 노래를 만들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도 안타까운 마음에 희생자들을 위한 노래를 만들었다. 그들의 영혼이 헛되지 않고, 하나님 숨결 안에 머물면서 세상을 참되게 이끌어 달라는 뜻을 담았다. 그는 첫 한국인 세례자 이승훈(1756∼1801)의 7대손이기도 하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교황님이 몸소 보여주신 언행은 제 삶의 새로운 지표가 됐습니다.”

그는 노래를 통해 우리 사회에 행복과 희망을 주는 일을 계속 해나갈 각오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tol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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