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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주교단, 교황의 '강력한 충고' 누락

입력 : 2014-09-01 08:24:03 수정 : 2014-09-01 08:2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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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중 한국의 주교들에게 전한 강력한 충고의 말 일부가 방한 공식 웹사이트에 배포된 문서에서 누락됐다고 미국의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NCR)가 보도했다.

외신전문사이트 뉴스프로에 따르면 NCR은 지난 28일 ‘Missing, tough Francis words to Korean bishops-한국 주교단에 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단호한 말씀 사라지다’라는 기사에서 교황이 한국을 방문한 첫날 한국 주교단을 만나 연설을 했지만 웹사이트에 배포된 공식문서에서 교황의 가장 강력한 충고 중 일부가 보도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웹사이트는 한국 주교단이 교황방한에 관한 공식적인 기사와 사진을 제공한 ‘2014년 교황 프란치스코의 방한’이라는 제목으로 운영됐다.

NCR은 당시 일부 언론의 설명요구에 한국 주교단 대변인이 실수였다고 해명한 후 한국주교회의 공식웹사이트에 첨가됐지만 8월말에 문을 닫는 해당 웹사이트에는 추가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누락된 부분들은 교황이 한국 주교단에게 “사제들을 멀리하지 말라”는 내용과 “가난한 자들과의 연대는 복음의 중심에 있다”며 그저그런 “보통의 교회”가 되지 않도록 강력히 권고한 내용이다.

본래 교황의 연설 원문은 10개 단락으로 돼 있었다. 그런데 공식 웹사이트에 오른 번역문은 5번째 단락의 후반부 절반과 8번째 단락이 누락된 채 올라갔다. 5번째 단락 누락분은 총 7행으로 “여러분의 사제들 곁에 머무르십시오. 당부합니다..사제들이 주교를 자주 만날 수 있게 하십시오..주교가 사제들과 멀리 떨어져 있어서는 안 됩니다. 더군다나 사제들을 멀리해서는 더더욱 안 됩니다”라고 강조한 부분이다.

특히 교황은 자신의 체험담을 들려주며 “이런 말을 하는 것이 가슴 아픕니다. 저의 고향에서 몇몇 사제들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을 여러 번 들었습니다. ‘주교님께 전화해서 뵙기를 청했고, 석 달이 지났는데도 아직 답이 없습니다.’..형제들이여, 사제가 오늘 전화하여 만남을 청하거든 당장, 오늘 아니면 내일 전화하십시오..제발, 여러분의 사제들에게서 멀어지지 마십시오”하고 호소하듯 당부했다.

웹사이트에서 통째로 빠진 8번째 단락은 총 18행으로 “복음의 시작과 끝에도 가난한 이들이 있다”며 이를 외면할 때 예언자적 누룩(leaven of prophecy)을 잃어버린 종교조직이 되는, 그래서 그저 또 하나의 ‘사교모임’이 되고 말아야 한다고 당부한 내용이다.

교황은 “가난한 이들이 복음의 중심에 있습니다. 복음의 시작과 끝에도 가난한 이들이 있습니다...번영의 시기에 오는 위험, 유혹이 있습니다. 위험이란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한갓 “사교 모임(part of society)”이 되는 것입니다. 예언자적인 누룩(leaven of prophecy)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러분을 꾸짖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믿음 안에서 제 형제들의 힘을 북돋아 주어야 할 형제로서 여러분에게 말씀 드립니다. 주의하십시오...악마가 가라지(weeds)를 심지 못하도록 주의를 기울이십시오. 바로 교회의 예언자적 구조에서 가난한 이들을 제거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마십시오. 부자들을 위한 부유한 교회, 하나의 잘사는(well-to do) 교회, 그런 교회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라며 가난한 자의 편에서 예언자적 사명을 유지하는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기를 촉구했다.

본사가 미주리 캔사스시티에 위치한 NCR은 가톨릭 교회 뉴스를 다루는 전문 미디어로 1964년 창간됐다. 가톨릭교회에 대한 독립적인 뉴스로 2000년부터 2014년까지 가톨릭언론협회(CPR)가 선정하는 보도상을 13차례나 수상한 바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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