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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춘렬 칼럼] 위기와 기회가 상존하는 중국 몽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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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20 22:53:57 수정 : 2025-10-20 22:53:57
주춘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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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희토류·콩·조선 등 전방위 공세
한화오션 제재, ‘마스가’에도 불똥
난항 韓·美 관세협상은 급류 반전
G2 갈등 파고 넘을 국가전략 짜야

지난 3월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독재자’와 ‘황제’에 빗댄 칼럼을 쓴 적이 있다. 당시 트럼프가 취임한 지 한 달 남짓 쏟아낸 과격한 주장과 난폭한 대외정책에는 중국을 향한 비수가 가득했다. 절대권력자 시 주석은 “동풍이 서풍에 우세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트럼프 집권 1기 때 미국의 요구를 거의 수용했던 굴욕적 무역협상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기가 읽혔다.

6개월이 지난 지금 시 주석이 미국의 아픈 곳을 콕콕 찌르며 황제의 본색을 노골화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9일 첨단산업의 핵심 소재인 희토류의 전방위 수출통제에 나섰다. 중국산 희토류와 관련 기술이 들어간 제품이라면 어디서 만들었든 수출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미국이 반도체 장비,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등 첨단기술의 대중 수출을 막는 방식(해외직접제품규칙)과 닮은꼴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의 보복이다. 트럼프가 ‘100% 추가관세’를 위협했지만, 중국의 기세는 꺾일 기미가 없다. 중국은 지난달 수확기에 맞춰 미국산 대두(콩) 수입도 전면 중단했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인 미국 중서부 농가를 흔들어 정치적 타격을 가하려는 저의가 깔려 있다. 미·중은 지난 14일부터 서로 상대국 선박에 항만수수료 혹은 특별 항만세까지 물리고 있다.

주춘렬 수석논설위원

미·중 갈등의 불똥이 한국에도 튀었다. 중국 정부는 한화오션의 필리조선소 등 미국 자회사 5곳에 대해 모든 거래를 금지하는 제재를 단행했다.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를 향한 반감과 불만이 담겨 있다. 중국은 올 연초 대중 해운·조선 제재와 관련한 미 무역대표부(USTR)의 조사에 이들 기업이 지지·협조해 자국 주권과 안보이익을 해쳤다는 이유를 댔다. 중국이 이번 조치를 시작으로 미국의 대중 포위전략 협력을 빌미 삼아 한화오션 등 조선업계 전반과 반도체, 철강 등 다른 산업 전반으로 확대하지 말란 법이 없다. 당장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조치만으로도 12월부터 한국은 희토류가 들어간 휴대전화와 반도체 등 첨단제품 수출마다 중국의 허가를 받아야 할 판이다.

3개월 가까이 꽉 막혔던 한·미 관세협상이 급류를 타는 건 우연이 아니다. 미·중 갈등이 격렬할수록 한국의 전략적 가치도 커진다. 대미 투자 3500억달러를 선불, 현금으로 대라고 겁박하던 미국은 이달 초부터 ‘감내 가능한 범위를 넘어선다’는 한국의 읍소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미국도 한국경제가 파탄에 빠져서는 대미 투자도 물 건너간다는 걸 모를 리 없다. 지난 주말 한·미 장관급 협의에서는 “대부분의 쟁점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고 한다. 양국은 대미 투자액을 현금 대신 대출과 보증 중심으로 조성하고 운용과 수익 배분방식도 이견을 좁힌 것이라고 전해진다. 마스가 프로젝트도 가급적 서둘러 시행하고 미국산 대두 역시 수입물량을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양국은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 전까지 관세협상을 마무리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렇다고 시한에 쫓겨 섣부른 양보로 국익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현안마다 득실을 꼼꼼히 따져 국익을 최대화하는 최적의 협상안을 도출하고 경제충격과 산업피해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몽니도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 한·미 협력이 속도를 낼수록 중국은 제2, 제3의 마스가 제재를 쏟아낼 수 있다. 기업 차원에서 감당할 일이 아니다. 산업과 외교·통상이 따로 놀아서는 나라 생존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 냉정한 현실 인식하에서 우선순위를 가리고 국익과 실용에 기반한 정교한 전략을 가다듬어야 할 때다. 할 말은 하되 서로 조화를 이루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지혜가 필요하다. 양안 문제와 같은 핵심 이익에 대해서는 세심한 주의와 신중한 대처로 위험관리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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