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잘못 있으니 용서해달라 우리도 힘이 없다”… 어려움 토로 새정치민주연합은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마련한 세월호 특별법 2차 합의안이 유가족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히면서 공황 상태에 빠졌다. 새누리당의 합의 파기 공세가 거세지는 데다 당내 강경파의 ‘재재협상’ 요구도 수면 아래 버티고 있어 그야말로 ‘고립무원’의 상황에 놓였다.
새정치연합은 20일 유가족을 설득하는 데 총력을 쏟아부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얻지 못하고 진땀을 흘렸다. 당 차원에서 ‘설득’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로 하는 등 대화에 신중을 기했지만 유가족으로선 사실상 재합의안을 수용해 달라는 것이어서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오른쪽)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유가족 김영오씨를 만나 설득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
오후에는 안산 단원구 세월호 유가족 합동분향소에 마련된 회의장을 찾아 김병권 세월호 가족대책위 위원장과 유가족들을 만났다. 30분 가까이 합의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지만 유가족의 차가운 반응에 굳은 표정으로 발길을 돌렸다. 박 위원장은 김 위원장에게 “용서해 달라고 말하러 왔다”며 “저희가 최선을 다했으니 오늘은 저희가 좀 미워서 야단치더라도 어쩔 수 없다. 이것이 최선의 마음”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적(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을 이해한다는 건가.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며 “가족들은 하나도 찬성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다른 유가족들도 “야당이 한계가 있으면 빠져라”, “대책위는 수사·기소권을 수없이 외쳤는데 야당에서 포기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대화를 지켜보던 일부 유가족은 자리를 박차고 회의장을 뛰쳐나가기도 했다.
설득 ‘진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오른쪽)가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씨(왼쪽)를 찾아가 세월호 특별법 재합의안을 수용해달라고 설득하고 있다. 전날부터 단식 농성을 함께 하고 있는 같은 당 문재인 의원이 옆에서 듣고 있다. 김범준 기자 |
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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