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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연비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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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20 21:29:15 수정 : 2014-08-20 21:3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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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 좋은 차로 바꿀까.’

몇 달 전까지 심각하게 했던 고민이다. 첫째가 아기였을 때 14년 탄 준중형차를 가솔린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로 바꾼 지 고작 5년 만이다. 자동차 업계를 담당하는 타사 선후배들은 “국산차, 수입차 할 것 없이 여러 차를 시승하다 보니 눈높이가 높아진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보다는 1년여 전 서울 마포구에서 인천 송도로 이사해 하루 출퇴근 거리가 100㎞로, 예전의 네 배로 늘어난 게 더 큰 이유였다. 하루 3시간 이상을 출퇴근에 쏟으면 몸도 힘들지만, 연료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

정재영 산업부 기자
내 차의 실제 평균 연비는 10.3㎞/ℓ로 공인연비에는 조금 못 미친다. 하지만 적재 공간이 넓고 잔 고장 없는 튼튼한 차로 자부한다. 그래도, 요즘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을 주름잡는 독일차는 물론 디젤 엔진을 얹은 국산차 연비를 확인하면 새 차 욕심이 불끈불끈 솟아올랐다.

연료비 절감을 핑계로 몇 달간 이어졌던 새 차 고민은 어느 프랑스 자동차 업체의 마케팅 전략 때문에 단번에 꺾였다. 이 업체는 최근 출시한 신차에 ‘연비 보장제’를 내걸었다. 차를 구입하고 1년 안에 1만㎞를 주행한 평균 연비가 16.7㎞/ℓ에 못 미치면 유류비 차액을 보상한다는 것. 소비자로서는 귀가 솔깃할 만한 제안이라고 무릎을 쳤는데, 실제 보상액을 따져 보니 의외였다. 만약 평균 연비가 14.6㎞/ℓ(공인연비)로 떨어질 경우 1년간 1만㎞ 주행 시 받을 수 있는 유류비 차액은 고작 14만원가량이었던 것.

주 5일 출근을 감안하면 송도살이 한 달간 출퇴근 주행거리는 대략 2000㎞이고, 1년간은 2만4000㎞가량이다. 여기에다 한 달에 한두 번 주말 여행 등을 감안해도 연간 주행거리는 3만㎞ 안팎. 프랑스 신차에 내 차 연비와 내 상황을 적용하면 주행거리와 연비 하락분이 각각 3배이니 1년간 유류비 차액은 126만원(14만원×9)가량이 된다. 당장 ‘연비 최강’이라는 프랑스 차로 바꿔서 10년을 타면 지금 차보다 1260만원가량 절약되는 셈이다.

현실로 돌아와서, 내 차의 현재 중고시세는 2000만원 안팎이다. 3000만원대 중반 이상인 프랑스 신차를 사려면 1500만원 이상이 더 필요하다. 연비 때문에 프랑스 차로 바꾼다면 꼬박 12년 동안 부지런히 서울과 송도를 오가야 연비 절감 비용(1512만원)이 신차 구입에 쓰인 추가 자금을 넘어서기 시작한다. 그제야 연료비를 아끼기 위해 요즘 나온 고연비 차로 바꾸는 건 경제적인 소비가 아니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자동차 담당 기자이면서도 유지비 차이 등도 계산하지 않고 고연비 차량 열풍에 휩쓸렸던 게 내심 창피하다.

고유가 시대에 연비가 훌륭한 차에 눈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고연비에만 현혹돼 멀쩡한 차를 바꾸려는 지인들에게 경험에서 나온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차 한 대를 더 팔려고 온갖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자동차 업계 사람들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말이다.

정재영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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