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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장성접대·혼외자·음란행위…위기의 검찰

입력 : 2014-08-19 19:52:35 수정 : 2014-08-20 10:3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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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또다시 ‘검사 성추문’ 사건에 휘말려 노심초사하고 있다. 야밤에 길거리에서 음란한 행위를 한 혐의로 입건된 김수창(52) 전 제주지검장을 포함하면 박근혜정부 들어 성추문을 이유로 옷을 벗은 검사장급 이상 고위 검사는 벌써 3명째다. 검찰은 김 전 지검장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경찰 수사 결과를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지만 속내는 다른 성싶다. 특히 이번 파문이 김진태(62) 검찰총장 책임론으로 비화할까봐 우려하는 분위기다. 

◆경찰, CCTV서 음란행위 확인

김 전 지검장이 ‘음란행위’ 피의자로 특정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지검장은 사건 당시 또다른 남성이 현장에 있었고 자신은 피의자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이 확보한 사건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은 남성 1명 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제주지검장 관사 인근의 분식점 앞 테라스에 어떤 남성이 앉아 있었고 내가 가자 곧바로 자리를 떴다”는 김 전 지검장의 주장과 배치된다.

제주지방경찰청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을 의뢰한 CCTV 영상 3개의 화면에는 신원 미상의 남성이 바지 지퍼를 열고 음란행위를 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 전 지검장으로 보이는 한 인물이 빌딩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장면 등을 확보해 누구인지 확인중이다. 경찰은 19일 “피의자의 정확한 얼굴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현장에서는 한 남성만 찍혔다”고 말했다.

경찰관들은 “당시 어떤 남성이 음식점 앞에서 자위행위를 하는 모습을 보고 여학생이 너무나 겁을 먹어서 집에 못 들어가고 있었다”며 신고 여학생의 증언 내용을 전했다. 경찰은 “김 지검장이 (체포당시)얼마나 당황했는지 얼굴을 붉히며 계속 횡설수설했고 결국 체포에 순순히 응했다”며 “자신이 잘못한 것이 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며 이는 변태성욕자의 행태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김 지검장을 체포해 유치장에 입감하면서 그의 바지 주머니에서 15㎝ 크기의 베이비 로션이 나왔으나 음란행위 기구가 아니었기 때문에 사진을 찍고 다시 돌려줬다.

대검은 여론 동향을 주시하면서도 이번 사건을 어물쩍 넘어가려는 모양새다. 사건 피의자인 김 전 지검장의 사표를 수리한 건 규정 위반이란 비판에 아랑곳없이, 성추문이 김 총장 사퇴론으로 번지는 걸 차단하는 데만 주력하는 중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이렇게 망가진 데는 책임질 줄 모르는 수뇌부의 책임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이 19일 오후 제주시 중앙로에 있는 관사에서 나오다 취재진을 만나자 서둘러 자리를 뜨고 있다.
뉴스y 화면캡처, 제주=연합뉴스
◆박근혜정부 검사장급 3명 사표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검사 성추문 사건이 터지면 단기적 대증 요법으로 처방할 뿐 문제의 근본 원인을 없앨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010년 소위 ‘스폰서 검사’ 사건이 대표 사례다. 당시 현직 검사들이 부산지역 한 건설업자를 통해 성상납을 받은 의혹이 제기됐지만 당시 검찰은 “새롭게 태어나겠다”며 구호성 개혁방안만 내놓았다.

그나마도 이런 다짐은 이내 무색해졌다. 2011년 내연남인 변호사에게서 고급 차량과 명품 핸드백을 받은 ‘벤츠 여검사’ 사건이 터졌고, 2012년 검사 집무실에서 피의자인 40대 여성과 유사 성행위를 한 전모 검사 등 차마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사건들이 잇따라 불거졌다.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은 검사 성추문의 정점을 찍는 듯했다. 그해 3월에는 건설업자 별장에서 성접대를 받았고 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김학의 당시 법무부 차관이 사표를 냈다. 9월에는 내연녀와 사이에 아들을 뒀다는 의혹으로 채동욱 검찰총장이 법무부 감찰 직전에 옷을 벗고 나갔다. 길거리 음란 행위 의혹을 사 물러난 김 전 지검장 사례까지 포함하면 1년 반 사이에 검사장급 이상 검사 3명이 성추문 의혹으로 잇따라 물러나는 유례 없는 사태가 빚어졌다.

위기의 검찰은 그러나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은 사건이 터지면 별다른 대책 마련 없이 ‘건전 문화 정착’과 같은 구호성 대책만 남발하고 있다”며 “결국 수사권과 기소권 독점과 같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축소해 비리의 원인을 근본에서 제거할 생각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현준, 제주=임성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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