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10시 경기도 양주시 제28사단 보통군사법원 법정. 지속적인 구타·가혹행위로 윤모 일병을 죽음으로 몰고간 병사들에 대한 4차 공판이 열린 법정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윤 일병 유족과 방청객, 기자 등 100여명이 몰리면서 20석 규모의 법정에 입장하지 못한 사람들은 복도에서 재판을 지켜보기도 했다. 시민들은 윤 일병 부모의 심정으로 재판 내내 울분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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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위 의원 28사단 방문 국회 국방위 소속 여야 의원 10명은 5일 경기도 연천군 28사단 977포병대대를 방문해 윤모 일병 폭행사망 사건이 발생한 의무대 내무반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부대 관계자로부터 사건 발생 당시의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받고 있다. 연천=국회사진기자단 |
재판장을 맡은 이명주 대령(행정부사단장)은 “법정 통로까지 (방청객들이) 몰려 재판을 원활히 진행하기 어렵다”고 방청객들에게 법정 밖으로 나가줄 것을 요청했지만 항의가 이어지자 그대로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주범 이 병장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가 추가됐다. 군검찰은 “피고인(이 병장)은 4월6일 생활관에서 윤 일병이 대답을 잘못하고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다는 이유로 본인으로 하여금 강압적으로 파스 성분의 연고(안티푸라민)를 성기에 바르도록 하는 등 강제추행했다”며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재판장은 검찰관 신청이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공소장 변경을 허가했다.
또한 애초 결심 공판이었던 이날 재판은 관할법원을 3군사령부로 이전하는 신청도 받아들여져 변론 없이 10여분 만에 끝났다.
재판이 끝나자 방청석에서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방청객들은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애를 그렇게 때릴 수 있느냐”, “부대와 가까워질수록 울화통이 터져 숨을 쉴 수도 없었다”, “어떻게 얼굴을 뻣뻣이 들고 있느냐. 얼굴에 반성하는 빛이 없다”며 소리를 질렀다. 또 “쉬쉬하려는 간부들도 문제다”, “이 나라를 어떻게 믿고 자식을 군대에 보내겠느냐”며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법원 바깥에서는 윤 일병을 추모하는 행사가 진행됐다. 폭행으로 온몸에 멍이 든 채 숨진 윤 일병을 위로하는 의미로 시민들은 부대 정문에 보라색 리본을 묶었다. 일부 시민들은 보라색 메모지에 “이 사회의 아버지로서 역할과 의무를 다하지 못해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약속합니다. 이런 일이 없게 할 것이라고…”, “억울함, 온 국민이 풀어드릴게요”, “사랑하는 우리 아들들 건강하게 돌려보내 주세요”라는 내용을 적었다.
두 아들을 둔 주부 김미옥(49)씨는 “윤 일병의 안타까운 죽음이 남의 일 같지 않다”며 “국가의 부름을 받는 자식들에게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병영문화 쇄신이 필요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계속해서 수사가 미진하게 진행되고 추가 의혹이 제기된다면 특검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며 “더 이상 군이 국민에게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군대의 뿌리 깊은 악습을 철폐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주=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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