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1∼2대 조선통감인 이토 히로부미와 소네 아라스케가 재임 중 가져가 궁내청 쇼료부(書陵部)에 보관 중인 서적 중 ‘희소본’으로 평가된 서적 목록이 공개되면 한국이 향후 대일 협상에서 이를 요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이제까지 한국에 돌려준 서적의 선정 방식에 대해 비난받을 수 있다며 목록 비공개를 주장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노 게이이치(小野啓一) 외무성 동북아시아과장은 지난해 일본 정부를 대표해 행한 진술서에서 궁내청 쇼료부 소장 서적 관련 문서를 공개할 수 없는 이유로 “한반도 유래(약탈) 서적, 특히 한국 측에 인도(반환)할 예정인 서적에 대한 평가가 낮았음을 알 수 있는 발언 내용이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나와 있어 한국 측이 이를 알게 되면 가치가 높은 서적들은 일본이 인도하지 않은 것으로 볼 가능성이 있다”고 진술했다.
일본 정부는 아울러 문화재 목록 등에 “입수와 유래 경위, (목록) 작성 장소와 시기, 취득 원인, 취득가액 등이 나와 있고 일본이 지금까지 한국에 공개하지 않은 부분도 다수 포함돼 있어 이 목록 등이 공개되면 한국이 반환 재교섭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진술서는 도쿄지법이 2012년 10월 궁내청 쇼료부 소장 서적 목록과 도쿄국립박물관 소장 한국문화재 일람표 및 미술품 목록, 한국 관계 중요문화재 일람, 데라우치(寺內)문고 관련 기록 등을 공개하라고 판결한 데 대해 이들 문서를 공개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한 것이다.
도쿄=김용출 특파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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