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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법령 효력정지 가처분제도 '유명무실'

입력 : 2014-07-28 20:11:38 수정 : 2014-07-28 20:3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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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간 총 1573건 신청 접수
인용된 경우는 단 5건에 그쳐
“제발 헌법재판소에 신청한 ‘법령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의신청·심사청구 등에 대해 신청·청구인의 주장이 인정되는 경우)’이 인용되었으면 좋겠어요.”

2011년부터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A씨(32·네팔)는 최근 한국을 떠나면 퇴직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29일부터 시행되는 ‘외국인 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때문이다. 법률 개정 전에는 회사를 그만두면 바로 퇴직금을 받도록 돼 있었지만, 개정된 뒤에는 ‘출국 후 14일 내’ 퇴직금을 받게 된다. A씨는 “한국에서도 받기 어려웠던 퇴직금을 고국에 돌아가서 받을 수 있겠느냐”며 “개정안이 취소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법안이나 개정되는 법안에 대해 이의가 있으면 헌법재판소에 법령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수 있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말 그대로 새로운 법이나 개정법에 대한 법령 효력이 일시간 정지된다. 하지만 실제 가처분 신청이 이뤄지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28일 헌재에 따르면 1988년부터 최근까지 26년간 본안 사건에 대한 가처분 신청은 총 1573건 접수됐지만 이 가운데 인용된 경우는 단 5건에 불과했다. 이런 탓에 헌재가 가처분 신청 인용에 지나치게 인색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이나 신행정수도이전특별법 등 굵직한 사건도 가처분 신청은 본안 결정 때까지 내려지지 않았다. 2008년 일부 중학교를 특성화 중학교로 지정하려던 ‘서울시교육청의 특성화중학교 지정·고시’에 대한 헌법소원 가처분신청도 결정을 차일피일 미뤄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소송에 대해 기한이 없다 보니 헌재에서 오랫동안 끌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계속 결정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가처분 신청의 취지를 퇴색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헌재 입장에서도 법이 시행되기 전에 효력을 정지시키는 것이 부담이 덜하다”며 “법이 이미 시행된 이후에는 되돌리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헌재는 법률을 심의하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헌재는 “법원에서는 사실적 관계를 다투기 때문에 가처분신청이 빨리 인용되지만 법률 자체에 대해 심사하는 헌재는 법의 성격을 논하기 때문에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비해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헌재에 들어오는 가처분 신청 또한 ‘의미 있는’ 가처분 신청이 200∼300건 정도로 봐야 할 정도로 허수가 많아 유의미한 신청은 모두 적절한 기간에 처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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