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정병호칼럼] 기성회비 문제, 입법적 해결 시급

관련이슈 정병호 칼럼

입력 : 2014-07-27 21:39:38 수정 : 2014-07-27 21:46:5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국공립대 등록금 80% 차지
여야 한발씩 양보 대타협 기대
요즘 국공립대 구성원들은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기분이다. 서울대, 경북대 등 국립대 학생들이 제기한 기성회비 반환청구 소송이 대법원 확정판결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급법원은 기성회비는 고등교육법 제11조 제1항의 ‘수업료와 그 밖의 납부금’에 포함되지 않으며, 그동안 기성회비 징수의 근거가 된 교육부 장관의 훈령은 내부 지침에 불과해 기성회비 징수의 법적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리고 지난 10년간의 기성회비는 국가가 아니라 기성회가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정병호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
대법원이 하급법원의 판결을 그대로 인용하면 국공립대는 극심한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전국의 국공립대 기성회는 약 13조원이라는 금액을 감당할 능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국공립대는 당장 다음 학기부터 기성회비를 징수할 수 없어 대학운영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국공립대는 등록금의 80%에 가까운 기성회비로 교육시설 확충, 장학금 지급, 교수 연구비 지원, 기성회직원 급여 지급 등을 충당하고 있다. 대법원 확정판결이 국공립대 교육현장에 미칠 파장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까닭이다.

그리하여 대학사회는 오래전부터 정부와 국회에 기성회비 문제에 대한 입법적 해결을 촉구해 왔다. 최근 정부와 국회에서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국립대 재정회계법안’을, 야당은 ‘기성회회계 처리에 관한 특례법안’과 ‘국립대학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고 있다. ‘국립대 재정회계법안’은 국고회계인 일반회계와 비국고회계인 기성회계로 이원화돼 있는 국립대 회계를 국고회계인 교비회계로 통합하고 국립대에 재정위원회를 둬 예산 편성 및 집행에서 일정 정도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이 법안은 불법 논란이 있는 기성회비에 법적 근거를 제공해 기성회비를 수업료에 통합 징수하는 길을 터주자는 취지이다. ‘기성회회계 처리에 관한 특례법안’은 국립대 기성회계를 폐지하고 현재의 기성회계 예산을 전액 국고 지원하되, 국가 예산 상황을 고려해 향후 5년 동안 매년 20%씩 단계적으로 늘려가는 것이다. 이 법안은 마찬가지로 기성회비 문제를 안고 있는 공립대에 대해서도 준용규정을 둬 배려하고 있음은 특기할 만하다. 지난 10일 발의된 ‘국립대학법안’은 국가의 국립대 운영경비 부담 원칙과 안정적인 재정지원 의무를 명시하면서, 국립대 기성회계 폐지와 현재 기성회비의 절반 이상을 국립대에 교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법안은 국가가 기성회비의 60% 정도를 부담한다면 국립대의 반값등록금 실현이 가능하다는 진보 교육단체의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기성회비 문제를 둘러싼 정파 간 대립의 핵심은 결국 무효화되는 기성회비를 누가 얼마만큼 부담할 것인가이다. 정부·여당은 국가재정 압박을 이유로 학부모·학생에게 부담시키려고 한다. 기획재정부는 국가지원을 명시한 야당 법안에 대해서는 ‘페이고’(Paygo·새로운 의무지출 도입 때 그에 상응하는 세입 등 대책 마련을 의무화) 원칙을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야당과 진보 교육단체는 국가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50년 이상 학부모·학생에게 전가해 왔으므로 국가가 부담해야 옳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각 법안에 대해 공청회 등을 개최해 여론을 청취하고 여야 합의를 시도해 왔으나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현재 대학사회는 여야가 한발씩 양보해 대타협을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국가 재정에 애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고등교육 예산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 정도에 머물러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따라서 국가가 현재 전체 기성회비의 절반인 6500억원 정도를 부담하되, 내년부터 5년 동안 매년 20%씩 순차적으로 늘려가는 선에서 절충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전체 대학의 20%를 조금 넘는 국공립대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이야기하려면 이 정도 지원은 해야 하지 않을까. 대학가와 법조계에서는 조만간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한폭탄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골든타임을 놓쳐 대혼란을 자초하지 말기를 바란다.

정병호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