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례들은 올해 초 국민권익위원회의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인사 비리 중 일부다. 공공기관들이 ‘스펙 초월’을 외치며 직무능력 중심으로 사람을 뽑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뒷문’으로 사람을 채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신규채용뿐 아니라 승진이나 전보 등 내부 인사에서도 청탁과 부정이 공공연하게 저질러지고 있었다.
이에 정부는 공공기관에 만연한 채용과 승진 관련 인사 비리를 막기 위해 공공기관 인사지침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1일 “인사 비리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각 공공기관의 의견을 수렴 중이며 이를 바탕으로 내년 초 인사지침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올해 1∼3월 공공기관 인사실태를 조사한 뒤 비리와 불공정 사례를 다수 발견하고 비정상적 인사관행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당시 권익위의 조사에 따르면 한 기관은 채용 요건에 맞지 않는 특정대학 출신자를 지속적으로 계약직으로 채용해 감사에 적발됐다. 다른 기관은 1차 서류심사 통과자를 평소보다 늘려 내정한 사람을 뽑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또 다른 기관에서는 관련 규정이 불분명하다는 허점을 이용해 전형기준을 마음대로 바꾸거나 전형 결과를 임의로 조작하고 특별채용제도를 통해 특정인을 내정해 뽑은 일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내부 인사에서도 형식적인 절차만 진행하고 사실상 유력 임원이 영향력을 행사해 승진자를 결정하거나 직원들이 승진 시험 문제를 10년 넘게 조직적으로 빼돌려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등 비리가 만연했다.
조사 후 권익위는 공공기관 총괄 감독부처인 기재부와 295개 공공기관에 기관의 채용방식과 전형절차, 특혜 등의 인사규정을 명확히 하고 각종 전형 기준을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이후 기재부는 ‘공공기관 운영혁신을 위한 비정상적 인사관행 개선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일단 공공기관 운영의 자율성을 고려해 기관별로 관련 인사규정을 정비하도록 하되, 의견을 수렴한 뒤 포괄적으로 적용할 사안을 가려 인사지침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공기관들이 자의적인 기준을 적용하다 보니 인사 비리가 생길 여지가 크다”며 “기관별로 업무 성격을 분석한 뒤 명확한 채용·승진 자격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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