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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 갇힌 아이들…디지털 시대 외로운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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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16 19:25:15 수정 : 2014-07-17 07:3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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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사회 도약 프로젝트] ⑨디지털 시대 외로운 가족
대화 없는 남보다 못한 가족…친밀·유대감 떨어져 갈등 증가
직장인 정모(46)씨는 요즘 아이들 때문에 고민이 많다. 중학교 3학년인 딸과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이 스마트폰을 하루 종일 손에서 놓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저녁을 먹을 때도 식탁 위에 스마트폰을 올려두고 수시로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식사 뒤에는 각자 방으로 들어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낸다. 정씨는 아이들의 스마트폰을 빼앗거나 혼을 내면서 억지로 대화를 시도한 적도 있지만 오히려 거부감을 주는 것 같아 그만뒀다. 그는 “아이들이 ‘친구들이 다같이 채팅을 하는데 나만 빠지면 따돌림을 당한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며 “매일 같은 집에 있으면서도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하는 시간은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스마트폰이 가족 간의 대화를 단절시키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편리하게 타인과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스마트폰이 매일 대면하는 가족 간의 유대감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디지털 강국’ 대한민국의 씁쓸한 이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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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스마트폰만…가족과 대화는 30분도 안 돼

그렇다면 우리는 가족과 얼마나 많은 대화를 나눌까?

16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산하 참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3월 전국 초등학교 5·6학년생 19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2.5%가 방과 후 가족과의 대화시간이 ‘30분 이하’라고 답했다. 이 중 9.2%는 아예 대화를 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이 밖에 ‘1시간 정도’는 27.0%, ‘2시간 정도’는 8.9%, ‘3시간 이상’은 1.5% 등이었다. 주말과 방학 중 대화시간이 30분 이하라는 답변도 45%에 달했다.

이 같은 경향은 고등학생도 마찬가지였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올해 4월 서울 소재 고등학생 5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족 간 하루 평균 대화시간이 ‘1시간 이상’인 학생은 10명 중 2명(22.8%)에 그쳤다. ‘10∼30분’이 36.6%로 가장 많았고, ‘30∼60분’(26.4%)이 뒤를 이었다. 14.2%는 ‘10분 이내’라고 답했다.

이처럼 가족 간에 대화가 부족한 데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의 영향이 크다고 지적한다. 스마트폰은 기계 하나로 TV 시청, 게임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와도 소통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동시에 그 모든 것을 ‘혼자’ 한다는 데서 바로 옆에 있는 사람과의 단절을 부를 수 있다. 자영업자 곽모(52)씨는 “명절 때 친척들을 만났는데 조카들이 각자 떨어져 앉아 게임만 하는 것을 보고 크게 화를 낸 적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사용이 증가하면서 가족 갈등이 늘고 있다. 자녀교육 상담소에도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문의가 줄을 잇는다. A상담소의 한 관계자는 “아이와 스마트폰 때문에 매일 싸운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부모들이 많다”며 “아예 대화가 없어서 아이와 어떻게 대화를 시작해야 할지조차 모른다는 사람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스마트폰 불통’은 부모와 자녀 사이의 문제만은 아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과부·홀아비’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침대에 누워서도 스마트폰을 만지느라 옆에 누운 배우자에게는 관심이 없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노년층의 경우 스마트폰에 익숙지 않아 가족 사이에서 소외감을 경험하기도 한다. 조항민 박사는 논문 ‘디지털미디어 등장과 새로운 위험유형에 관한 연구’에서 “기존의 지연, 혈연, 학연의 인간관계보다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서 맺어지는 디지털 네트워킹이 더욱 큰 힘을 발휘하게 되면서 가족 등 주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소원해져 1차 집단에서 스스로 소외되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 보급이 늘면서 여러 가지 사회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어린아이가 스마트폰을 조작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스마트폰, ‘스마트’하게 사용해야


전문가들은 가정 내에서의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을 ‘중독’이란 프레임으로 접근해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스마트폰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그것을 쓰는 ‘방식’의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무조건 꾸짖거나 스마트폰을 압수하는 것은 반발만 부를 수 있다. 한 청소년 상담가는 “어른들이 보기에는 쓸데없는 행동으로 보일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스마트폰 채팅이나 친구들과 하는 게임이 아주 중요한 문화”라며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하면 아이는 부모를 ‘답답한 사람’으로 느끼고 갈등이 더욱 깊어진다. 심할 경우 부모와는 소통이 불필요하다고 여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납득할 수 있도록 아이의 의견을 반영해 규칙을 정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박미혜(44·여)씨는 몇 달 전 중학생 아이들과 함께 ‘식사시간에는 스마트폰이나 TV를 끈다’, ‘일주일에 한 번은 다 같이 보드게임을 하거나 산책을 한다’는 규칙을 세웠다. 대신 그 외의 시간에는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해도 참견하지 않았다. 박씨는 “아이들이 불편해하기도 했지만 다 끄고 밥을 먹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화가 계속 이어지고, 약속한 날이 아니어도 함께 산책하러 가자고 하기도 했다”며 “대화가 많아지니 아이들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스마트폰을 가족과의 소통 도구로 ‘스마트’하게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직장인 최문식(47)씨는 인터넷에서 재미있거나 감동적인 글을 볼 때면 늘 ‘가족 채팅방’에 올린다. 그는 “얼굴을 볼 시간은 적더라도 채팅방에서 많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전보다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며 “거리낌 없이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윤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스마트폰 자체가 갈등의 원인이라기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라며 “스마트 기기를 올바르게 활용하는 방식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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