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말바꾸기·은폐 의혹…'노크귀순' 전철 밟는 軍

입력 : 2014-06-25 20:03:02 수정 : 2014-06-25 22:37:28

인쇄 메일 url 공유 - +

‘진돗개’ 상황 경찰에 통보 않는 등 부실한 초동대처 변명에만 급급
임 병장 ‘집단 따돌림’ 메모 나와도 “범행동기로 추정할 수 없다” 강변
2012년 10월2일 북한군 병사 한 명이 동부전선 철책을 끊고 GOP(일반전초)까지 내려와 귀순했다. 아무런 저지도 받지 않고 4중 철책을 뚫고 귀순한 데 대해 놀랐지만, 그보다 더 국민을 아연실색게 한 것은 군의 사실 은폐였다.

군은 북한군 병사가 ‘노크 귀순’한 사실을 다음 날 파악하고도 폐쇄회로(CC) TV로 확인했다고 둘러댔다. 북한군 병사가 GOP 내무반 문을 두드리고 귀순 의사를 표명할 때까지 철책이 절단된 사실을 몰랐다고 인정할 경우 전방 경계태세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과 그에 따른 문책을 모면하기 위해서였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겸하고 있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25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강원도 동부전선 GOP(일반 전초) 총기 난사 사고에 대한 긴급 현안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그해 10월8일 국정감사장에서 “노크 귀순인데 어떻게 CC TV로 확인했다고 하느냐”는 국방위 의원들의 추궁에 진땀을 흘리던 정승조 당시 합참의장의 모습이 선하다. 결국 발뺌하던 군은 이틀 뒤인 10일 노크 귀순 사실을 시인하며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는 지경에 처했다.

지난 21일 발생한 임 병장 총기난사 사건에서도 군의 말 바꾸기와 은폐 의혹이 일고 있다. 뒤늦은 ‘진돗개 하나’ 발령, 동료 병장과의 근무조 편성, 임 병장 메모에서 범행 암시 언급이 없었다는 주장에다 가짜 임 병장 후송 논란까지 군이 보인 일련의 행태는 노크 귀순 때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지적이다. 2년 전 병이 도진 듯하다.

군은 임 병장 탈영 후 2시간이 지나 최고 수준의 군 비상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다. 사건 초기 단계에서 발령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진돗개 하나는 대간첩 작전에 국한되는 것으로 탈영에는 정상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동료 5명을 사살하고 무장탈영한 병사를 붙잡는 일로 화급을 다퉜는데 이해하기 힘든 반응이었다. 심지어 강원 고성경찰서는 사건 발생 6시간이 지난 22일 새벽 2시25분쯤 TV를 통해 진돗개 하나 발령 사실을 파악했다. 군이 경찰에 통보하지 않은 것인데, 민간인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작전의 기본인 민·군 공조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사건 당일 임 병장이 같은 계급인 김모 병장과 주간 경계근무를 함께 서며 부사수 역할을 한 것을 두고 선임들로부터 대접을 못 받는 정황이 아니냐는 물음에는 “계급별 인원이 어느 계급은 많고 어느 계급은 적어 생긴 일”이라고 국방부는 둘러댔다. 계급사회인 군을 경험한 이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이 와중에 군은 23일 생포된 임 병장을 후송하는 과정에서 취재진을 따돌리려 가짜 임 병장을 등장시키고는 들통이 나자 강릉아산병원에서 요청한 일이라고 했다가, 병원 측에서 반박하자 129 환자인수팀이 의견을 냈다며 번복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이 문제는 그나마 애교로 봐 넘길 수도 있다.

무엇보다 임 병장이 자살 기도 직전, 메모(유서)를 남긴 것을 두고 언론에서 집단따돌림을 거론하자 “자기 가족, 유가족에 대한 반성과 자신의 심경을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구절이 있었으나 범행 동기를 추정할 만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고 강변한 것을 두고서는 의문이 작지 않다.

임 병장의 메모에는 자신을 개구리에 빗대면서 “그들도 잘못이 있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누구라도 나 같으면 힘들었을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끊이지 않는 총기 사건이 집단따돌림에서 비롯돼 그동안 군이 추진해온 병영문화 개선 사업이 공염불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서였을까, 아니면 군 수뇌부의 책임 회피 때문일까. 이런 변명과 눈속임이 계속될수록 군내 고질적 악습은 뿌리 뽑히지 않을 것이다. 매번 국방장관이 고개 숙이는 것으로 상황을 피해갈 것인가.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이들 슈화 '깜찍한 볼하트'
  • 아이들 슈화 '깜찍한 볼하트'
  • 아이들 미연 '깜찍한 볼하트'
  • 이민정 '반가운 손인사'
  • 이즈나 정세비 '빛나는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