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는 17일 제주에서 시작됐다. 장마전선은 첫날 제주 일대에 60㎜ 안팎의 비를 뿌린데 이어 주말인 21∼22일에도 비를 몰고올 전망이다.
장마는 예년보다 2∼3일 일찍 시작됐지만 제주 위쪽은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기상청은 다음달 초나 돼야 남부와 중부지방에 장맛비가 내릴 것으로 본다.
그간 자료를 보면 장마전선은 제주 지역에서 활성화된 지 이르면 하루, 늦어도 열흘 뒤면 중부지방까지 올라오는 게 일반적이었다. 기상청의 예측대로 남부·중부가 다음달 초 장마권에 접어든다면 장마전선이 북상하는데 보름 이상이 걸리는 셈이다.
그 이유는 ‘약한 북태평양고기압’ 때문이다. 장마전선은 한반도 남쪽의 북태평양고기압과 북쪽의 오호츠크해고기압이 만나는 지점에서 형성된다. 따라서 북태평양고기압이 북쪽으로 세력을 확장하면 장마전선도 북상한다.
그러나 올해는 러시아 바이칼호 북동부에 버티고 서 있는 키 큰 고기압 탓에 북태평양고기압이 기를 펴지 못하는 상황이다. 바이칼호 주변 키 큰 고기압과 그 동쪽으로 저기압이 오랫동안 머물면서 그 사이로 찬 공기가 계속 한반도로 남하해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을 막고 있는 것이다.
엘니뇨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평소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강할 때 적도 근처 북동무역풍이 강해지고, 엘니뇨 발생이 억제되는 메커니즘이 작동하는데, 올해는 역으로 엘니뇨가 일어나 무역풍과 북태평양고기압이 약해졌다”며 “통상 엘니뇨가 일어나는 해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약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함유근 전남대 교수(해양학)도 “엘니뇨 해에는 북태평양이 평소보다 훨씬 남쪽에서 형성된다”며 “이로 인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장마전선이 제주 이남 지역에 머물면서 내륙지방에서는 대기불안정으로 인해 국지적으로 소나기가 내리겠고, 다음주 후반에는 강한 일사 탓에 곳곳에서 폭염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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