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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질문 잘하는 미래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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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29 23:04:08 수정 : 2025-05-29 23: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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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초등학생 딸이 묻는 질문을 챗GPT를 이용해 답을 찾아주었다. ‘8살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줘’라고 조건을 넣었더니 쉬운 단어에 친근한 어투까지 동원해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다. 그 답변을 눈을 반짝이며 한 글자씩 읽은 아이의 모습이 너무 귀엽다.

이후 딸아이는 궁금한 것이 있을 때마다 “질문받는 컴퓨터에게 물어보자”라고 졸라댄다. 무엇이든 물어보면 곧바로 쉬운 설명을 내주는 컴퓨터가 신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챗GPT에게 무엇을 물어보면 좋을지 혼자 고민하며 심지어 직접 아빠의 컴퓨터 앞에 앉아 독수리 타법으로 자판을 두드리며 직접 질문을 쳐넣기까지 한다. 신기술에 빠르게 적응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저 놀랍기만 하다.

서필웅 국제부 기자

아내는 조금 걱정을 한다. 챗GPT를 사용해 편하게 숙제 등을 하는 데에 익숙해지면 어떻게 하냐는 것이다. 미국 명문대에서조차 있었던 일이니 신기술 적응이 빠른 우리 아이에게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역시 걱정이 돼 챗GPT 사용을 막아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아이가 질문하는 일을 즐거워하고, 질문에 익숙해지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였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수업을 마칠 무렵 선생님들은 언제나 “질문 있는 사람 있냐”고 물으시곤 했다. 그때 손을 들고 질문을 하는 아이들이 있었던 날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대학 때 교수님들이 질문하지 않는 학생들에 대해 실망하는 말씀을 하셨던 기억도 난다. 선생님과 교수님들의 권위가 살아 있던 시절이라 궁금한 것이 있어도 차마 묻지 못했던 면도 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질문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주어진 문제에 빠르게 답만 찾으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데 무엇하러 굳이 질문을 하겠는가. 그때의 우리 교육 시스템은 정해진 답을 찾는 데에 필요하지 않은 질문을 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일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답을 찾는 능력만 발달하고, 질문하기를 어려워하는 세대가 됐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세대의 부족한 질문 능력이 사회의 짐이 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기 시작했다. 인터넷이라는 언제든 접근 가능한 공간에 수많은 지식이 쌓여 있기에, 중요한 것은 적절한 질문으로 필요한 지식을 찾는 것인데 그걸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질문을 통해 시스템이 가진 문제점을 파악하고 더 효율 좋은 방법을 찾아낼 수 있는 길도 닫혔다. 가끔 한국사회가 너무 경직되고 답답하게 움직인다는 느낌이 들곤 하는데 질문할 줄 모르는 우리 세대의 모습이 투영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갑작스럽게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 잡은 인공지능(AI)이 아이들에게 질문하는 능력을 키우는 길을 열어주는 것 같아 다행스러운 마음이 든다. 뜨거운 교육열을 가진 나라답게 AI를 배우는 열풍이 조금씩 일어나는 듯하고, 이런 사회 분위기에 맞춰 교육에도 조만간 AI 활용이 접목될 것이다. 그러면, 지금 우리 딸이 그러하듯 사회 전체가 재미있고 유용한 답을 유도할 수 있는 창의적 질문을 즐기게 되지 않을까. 우리 세대가 그동안 해내지 못한 발전의 기회가 아이들 세대에 다가온 듯해서 자못 기대가 크다.


서필웅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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